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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는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


지금은 많이 덜해졌지만, 1, 2년 전 까지만 해도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단골로 물어보던 것이 바로 나의 흡연 유무였다.

지금이나 그 때나 여전히 담배를 피우지는 않는다.

어릴 적, 나는 수시로 아버지 담배심부름을 가야했다.
 
중학교, 아니 고등학교 때였던가? 정부에서 미성년자에게 담배와 주류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이 발효될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더이상 아버지 담배 심부름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또한, 우리 어머닌 후각이 굉장히 민감하시다. 후각뿐만이 아니다. 잠귀도 굉장히 밝으시다. 고등학교 시절, 한 번은 오전 7시에 혼자 조조영화 보겠다고 집을 나서다가 딱 걸린 적도 있다. 아침부터 한 소리 듣는 걸 누가 좋아하겠냐마는 해도 뜨지 않은 일요일 아침은 정말.....

하지만 그래도 난 종로로 향했었다.

어쨌든 어머닌 아버지가 태우는 담배 냄새를 정말 싫어하셨고, 어린 나도 물론 그 매케한 냄새가 좋을리 없었다.

당시 어머니 하신 말씀이

"남자가 술은 좀 할 줄 알아야 하지만, 담배는 정말 쓸데 없는 거니 절대 배워선 안된다."

였다.

중학교 때, 같은 반 녀석이 교실에서 담배피는 걸 본 적이 있다. 아마 그게 처음일 거다.

내 또래 녀석이 담배를 물고 있는 걸...

쟤랑 나랑 별차이도 없는데 담배 하나가 인간을 저리도 불량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쇼킹이었다.

'담배는 나쁜 것이야. 피워선 안돼!'

그런 마음이 나도 모르게 마음 속에 생겨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20살이 되었다.

재수를 위해 간 노량진 종합반의 쉬는 시간은 딱 세부류로 나뉘어 진다.

첫째, 책상에 엎드려 퍼질러 자거나, 둘째, 매점에 가서 국진이빵과 우유를 사먹거나, 셋째, 옥상에 나가 담배 한 대 빠는 것이다.

같이 다니던 녀석 중에 안동출신 꼴초가 하나 있었다.

아침마다 담배를 세 갑을 사서 들어오는데 점심 전까지 말보로 레드를 쉬는 시간마다 애들과 나눠피다가, 점심먹고 저녁먹기 전까지 말보로 미디움, 저녁먹고 나서는 말보로 라이트로 갈아탔다.

대충 봐도 하루에 한 갑에서 두 갑은 피어대는 듯 보였다.

얼굴 좀 익히고 친해지면서 같이 술도 많이 먹었었다. 예상이 되겠지만 정말 담배연기 장난 아니었다.

헌데 간혹 이상할 때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담배연기가 구수하게 느껴진달까?

아마 그 때가 처음이었을 거다. 입에 담배를 물어본게...

종류는 기억이 안 나지만 두 세 종류 피워봤는데 제일 잘 맞는 건 말보로 라이트 였다.

기침도 안나고....그렇다고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하지만 담배를 내 돈주고 사기는 싫었다. 하루에 한 갑씩 사대는 인간들을 보면 그 돈으로 밥을 좀 더 좋은 걸 사 먹던지, 모라도 다른 걸 하는게 더욱 생산적인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연을 본다던지....그런 것들...

이후, 아끼는 동생놈 군대간다고 해서 술한잔 사주다가 혼자 담배 태우는게 딱해 보여서 겉담배 한 번 펴줘봤고, 군대서 후임한테 찔려서 휴가 짤릴 때 한 번 펴봤다. 이 때 디스를 처음 펴본거 같은데 한 번 빨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그냥 밟아버렸다. 군디스는.....말로 할 수 없다.

지금은 모.....좋아하지도 않고, 돈도 아깝고....무엇보다도

'남자가 담배따위에 의지하지 않아.'라는 언젠가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 좀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적어도 이 말은 지켜야겠다는 왠지 모를 의무감까지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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