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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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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을거다. 취직한다고 이래저래 발버둥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거의 60번 정도 지원서를 날렸었다.

국내 내놓으라 하는 대기업에 서류통과도 몇 번 되보고, 인적성도 봤다,

우연히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전화가 오기도 하고, 면접도 봤다.

오라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가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지도 알 수 없었고, 그게 무엇이든 내가 만족하며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준비가 안되있었던 것이다.

내 성격에 당장 취직을 한다고 해도, 내가 심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선 그저 스트레스만 받을 것이라는 건 안봐도 뻔한 그림이었다.

누군가 얘기했다.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졌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란 인간은 내가 납득이 안되면 무엇도 할 수 없는 인간이다.

니가 라면 하나를 반으로 쪼개먹으며 하루를 지내봐야 현실을 직시할 거라고 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크게 변화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3개월 동안 그동안 생각만하다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거나, 공상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돗자리 하나 깔아놓고, 한강변에서 해가 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했다.

63빌딩 전망대에 올라가보기도 했다.

그렇게 답을 얻었다.

예전에 강남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일할 때 였다.

나와 가까운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다. 녀석은 굉장히 부드러운 성격에 무슨 일이든 속으로 삭히며 뒤에가서 담배 빨아가며 씨발씨발 거렸었다.

당시 그 녀석과 나는 좀 상반되는 캐릭터였다. 극장에 오는 고객은 물론이고, 상관에게도 불합리하다 싶으면 가서 항의를 하고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이대기 바빴던게 나다.

어떤 이는 나와 이 녀석을 반반 섞으면 참 좋겠다고도 했다.

얼마 전 군대에서 읽었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다시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기에 나에게 저런 전투적인 모습이 맞는 것이라면 저렇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다른 친구녀석들과 같이 사회에 편입하여 아둥바둥 살아가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꼭 저런 모습을 따라가야 할까?

여기서 나는 나대로 나의 모습으로, 내가 나일 수 있는 방법으로 살아 갈 수 있는 법을 모색해 나아가야 겠다는 답을 얻었다.

그 모습이 조금은 세상과 마찰을 빚을지라도, 친구녀석들이 애처롭게 쳐다볼지언정....

'남쪽으로 튀어'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 믿어주는 사람.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인생 성공한 거 아닌가?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 이제와서 내가 남들과 같은 노멀한 인생을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도 웃기지않아?

나는 나대로 가슴펴고, 그렇게 살래. 그러니까 당신도 당신답게 살아줘. 남 눈치보지말고...난 그게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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