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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Shiny Sunset


더위에 허덕이다 지쳐 집에 들어왔다.

장마도 없이 미친듯이 더워지는 건가....

문득 창문 틀과 걸어놓은 발 사이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산을 탔다. 조금은 구름낀, 조금은 푸른, 그리고 미친듯이 내려쬐는 태양빛을 보고.....

한 시간 정도를 달리다시피해서 능선위에 올랐다.


해가지고 있었다.

어릴 적 우리집 앞길은 서쪽으로 쭉 뻗은 길이었다.

저녁때가 되면 노을지는 멋진 하늘을 보면서 지금은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친구들과 한 참을 바라보며 앉아있곤 했었다.

별 생각도 없이... 그 땐 그냥 그게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위로 비행기가 지나가기 시작했다.

거의 5분에 한 대씩 지나가는 듯 보였다.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내가 높은 곳을 좋아한게...

어릴 적 쎈척한다고 2층에서 뛰어내릴 때 부터일까?

아님 군대에서 전신주, 나무 탈 때 부터일까?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타던 날, 난 무척이나 긴장했었다.

왠지모를 떨림.

카드캡처 사쿠라의 사쿠라짱처럼 신발을 벗고 비행기를 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한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귀가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비행기가 뜨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게 이렇게 즐거운 거라니...20살 넘어 그렇게 가슴 떨리는 건 처음이었다.

혼자 떠나는 첫번째 해외여행은 그렇게 시작됐었다.


산 위에 올라 눈 앞에 펼쳐진 노을을 보며 잊어버리고 있던 기억의 단편을 보기도 했고, 별스럽지 않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지금을 최대한 즐기라고....직장 다니게 되면 이런 거 꿈도 못꾼다나?

하지만 별로 그럴 거 같지는 않다.

지금까지 일을 해도 내 식으로 했었고, 살아도 내 식대로 살아왔다.

똥고집에 꽂이면 하고 보는 건 절대 못고치는 불치병이니 나중에라도 산에 올라가고 싶으면 손에 랜턴들고 야밤에라도 오르지 않을까 싶다.

이걸 보면 인간들 또 미쳤다고 한 소리 하겠군......


P.S. 사진만 보면 참 금천구 시흥동도 살만한 곳 같아 보이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