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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하루키 그리고 1Q84

올 해 들어 가장 손에 책을 쥔 시간이 길었던 9월이었다. 군대있을 때도 '상실의 시대'에 미친듯이 열광하는 애들을 보면서 콧방귀나 껴대던 나에게 하루키는 그냥 그런 인기작가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여기저기서 1Q84가 어쩌고 저쩌고 할 때도 그냥 그랬다.

궃이 나까지 저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이기도 했고, 너무 대중적인건 태생부터가 왠지 좀 꺼려하는 나의 DNA 탓이기도 했다.

그러니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랬던 내가 하루키 책을! 그것도 3주간이나 손에서 놓지 않고 다녔다는 거다.

나란 남자.... 책 읽는 남자.

시작이야 어쨌든 초반에는 정신이 없었다. 너무도 자세한 설명과 시점을 자기 맘대로 넘나드는 하루키의 소설은 '모냐 이건~' 이었다.

영화와 같은 그림과 분위기를 머리 속으로 그려갈 수 있다는게 소설의 가장 큰 재미인데 자세히 많은 것을 설명하는 하루키를 따라가는 것은 뭔가 제약을 받는다는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읽어가면 읽어갈 수록 하루키의 글은 인물의 심리묘사와 동공의 떨림까지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묘한 맛이 있었다. 거기에 논리정연한 스토리라인.

하긴 퇴마록의 이우혁을 좋아했던 이유가 상당히 논리정연한, 꼭 잘 만들어진 시계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걸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던 나에게 하루키의 리얼하고 논리적인 스토리 전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글로 써진 영화 콘티를 보는 느낌이랄까?

작가가 옴진리교의 가스테러 사건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고 해서 내심 책 속에서도 굉장히 처절한 모습으로 그려진 가스테러 사건이나 그와 버금가는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그저 한줄기 기대였을 뿐이었다.

끝까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과 인연에 초점이 맞춰지는 소설이었기에 불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연출할 수도 있었을 것을...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두 남녀가 다시 만나는 장면이나 1Q84년을 빠져나오는 장면이 아닌 두 남녀가 만나 처음으로 함께 밤을 보내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여느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리얼리티와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의 행복감은 18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읽어온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읽느라 고생했다며 하루키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디테일하고, 논리적이며, 사건을 끌어가는 힘이 느껴지는 조금은 특이한 아니 보지못했던 소설이었다.

고민이다.

나는 하루키의 모든 책을 사야하는 운명인 것인지......

마음에 들어버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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