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내내 잡스형님의 신제품 발표를 보고, 난리를 치다보니 날이 밝아오는 듯 보였다.
바람에 덜컹거리는 창문 소리에 태풍이 오긴 오는구나 싶었다.
그게 다였다.
6시가 넘어서면서 였던가?
바람은 점점 더 미친 듯이 불어댔고, 밖에선 사이렌 소리까지 들려왔다.
주섬주섬 옷을 대충 챙겨입고,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재활용으로 쌓아놓았던 피자박스는 계단 앞에 널부러져 있고 - 이건 약과 -
잘 세워져 있던 거울은 쓰러져서 다 깨져버렸다. 도대체 저게 왜 쓰러진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옥상에 올라가 주위를 한 번 살폈다.
쓰지는 않지만 잘 세워져 있던 UHF용 안테나는 완전 부러져 버리고, 연결된 전선에 매달려 널부러져 있었고,
동네 재래시장 상가번영회 건물 짓는다고 둘러쳐놓은 안전막들은 모두 날라가고, 쓰러져 있었다.
앞 집 옥상은 옥탑방 앞에 세워놓은 구조물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였다.
행여나 낙뢰가 있을까 싶어 걱정스러웠다.
한창 바람 심하게 불 때 짧게 동영상을 찍어봤다.
별로 볼 건 없지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급속한 구름의 이동속도를 보니 장난이 아니다 싶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모든 창문을 열었고, 유리창부분은 행여라도 오래된 창문틀에서 빠졌을 경우를 대비해서 커텐으로 막아놨다. 2층이나 비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해도 닦으면 그만이니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창가 근처의 짜잘한 물건들을 모우 안쪽으로 치웠다.
전기까지 나가버린 상황이라 이용할 수 있는 정보통은 오직 라이도뿐.
TBS의 태풍 곤파스 특별 방송을 들으며 상황을 지켜봤다.
다행히 핸드폰은 작동이 되어 새벽같이 나가신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다. 그러나 지하철 단선으로 인천선 열차에 갇혀버리셨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오늘 오후 쯤이면 동해를 통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며, 6시 32분 강화도 쪽에 상륙하여 계속 이동 중이란다.
서울 시내 곳곳이 교통체증이 말도 못할 정도이며, 태풍에 뽑힌 가로수와 전신주가 한 두군데가 아니란다.
집에 차가 없다는게 이럴 때는 그나마 걱정을 하나라도 덜 수 있게 만들어주니 좀 우습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까지 느껴졌다.
날 밤을 새워서 인지 어느덧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대충 정신을 차린게 12시 쯤...
오전보다는 한결 나아보이는 날씨였다.
잠시 일이 있어 근처를 다녀오면서 버스에서 새파런 하늘을 조금이나마 내비치는 하늘을 몇 컷 찍어봤다.
저녁이 되자 이제는 노란 노을 빛까지 내비치는 하늘이 얄밉기까지 했다.
사람 가지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오전에는 그렇게 사람 귀찮고 피곤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어깨 한 번 툭 건드리며 '쫌 봐줄만 하냐?'라는 식이다.
앞으로 태풍이 1 ~ 2번 더 찾아올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집에 없으면 누가 이런 걸 챙길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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