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d of Road

90분의 기다림 - 퓰리처상 사진전 -


20010년 8월 29일.
퓰리처상 사진전 마지막날.

피곤에 쩔어있는 몸을 이끌고 예술의 전당에 도착한게 아마 5시 좀 넘어서 일거다.

익히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보다가자는 마음으로 매표소 앞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자리를 잡았다.

순간 눈에 들어오는 배너 하나.


모냐....한시간도 아니고 90분이라니 일부러 마지막날 저녁시간대를 노린 건데 이 정도일 줄이야..

사실 마지막 날까지 오지않고 기다린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귀찮아서....한 번 가기는 가야겠다 싶었지만 맘먹고 움직이는 것도 은근 일이고, 그 간 길상사나 친구들, 또 개인적인 소소한 일들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지난 경험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사진전 같은 경우 관람 후 도록이 갖고 싶었떤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보도사진전도 그랬고, 스티브 맥커리 때도 그랬다. 이런 내가 다른 것도 아니고 퓰리처상 사진전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절대 그럴리가 없었다.

하지만 도록이란 것이 가격이 좀 되는 바!
그나마 새것을 싸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전시 마지막날 있을 지도 모르는 막판 세일이다.
- 스티브 맥커리 때는 반값이나 할인을 받았더랬다.-

어쨌든 90분이면 어떠하고, 2시간이면 어떠하리~

전시 종료까지 앞으로 4시간도 넘게 남았으니 적어도 사진 하나하나 살필 시간은 충분 할 것이다.

게다가 저녁 해결하고, 책 좀 읽다보면 입장시간도 딱 드어맞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티켓을 끊고 입장 대기표를 받았다.


오전 10시부터 지금까지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 나를 포함해서 4070명, 그리고 내 뒤로 늘어선 저 줄...

대충 하루 관람객이 5000에서 6000은 되지 않을까 싶다.

완전 대박이다.

지난 매그넘 사진전은 정말 비교도 안될 정도의 인기다.

표를 지갑 속에 고이 챙겼넣었다.

빵이나 샌드위치 보다는 밥이 먹고 싶어서 바깥으로 나왔다.

이 동네는 마땅한 백반집도 없어 보였다. 예전에도 마땅한 식당을 못찾아 결국 편의점 도시락으로 떼운 경험도 있으니 말다한 동네다.

그 흔한 김밥천국 하나 없는 곳이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걸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그것도 서울 한 복판에.

역시 잘 사는 동네가 다 좋은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분식집, 김밥천국, 중국집, 설렁탕집은 있어야 하는게 인지상정인 것을...

길가에 있는 서초갈비에 들어갔다.

소고기 국밥을 시켰다.

부산서 먹었던 2500원짜리 국밥과 뭐가 틀린지 모르겠다.

맛까지 비슷하다.

모냐 이건...6000원 이란다. 가격도 안 착하다. 자리세냐?

서비스는 왜 그 모양인지....물 컵도 제대로 안 놔준다.

김치는 젓갈을 왜그리 많이 넣었는지...

맘에 드는게 한 군데도 없다.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대충 허기를 지우고 다시 한가람 미술관 앞으로 이동했다.


내 앞으로 약 200명이 남아 있었다.

대충 자리를 잡고 몇 일전 구매한 1Q84를 꺼내들었다.

잘 읽히지도 않고, 뭔 내용인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갑자기 졸리기 시작한다....잠을 너무 못잔듯하다...

밤을 꼬박새우고, 오전에 선잠 잔게 다였으니 당연할 법도 하다.

그렇게 기다리다 어느덧 시계가 6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6시 40분이 넘어서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게 밀려오는 피로감.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다행히 전시장 내에 비치된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어떻게 온 전시회인데....거기다 마지막날이다.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앞으로 내가 가진 시간은 약 3시간. 그 안에 모든 사진을 보려면 적어도 2시간은 있어야 한다치면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은 약 1시간.

손으로 눈을 감싸고 고개를 숙이고 잠시 쪽잠을 청해봤다. 그렇게 약 15분...

하나마나다. 오늘따라 가방은 왜 이리 무겁게 느껴지는건지 모르겠다.

전화기를 들었다. 이미 다녀온 동생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잠깨는 데는 수다가 짱이다.

진행요원에게 얘기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코인락커 안에 가방을 밀어넣었다.

이리도 몸이 가벼울 수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사진을 보기 시작했다.


어느 사진하나 사연없는 사연은 없었다.

어떤 것들은 고통에 울부짖고 있었고, 긴박감에 닭살이 돋을 정도였으며, 행복에 눈물겹기도 했다.

보도사진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기사와 함께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자체가 전달해주는 사실과 분위기, 느낌은 보는 이에게 상상력을 요구할 때도 있다. 하지만 보도사진은 기사와 함께 하면서 나름의 스토리로 그 장면을 설명해준다. 그것도 현실에 존재하는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보도사진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이다.

전 세계를 누비며 진실을 알리겠다는 일념하나로 물불안가리고 뛰어드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기자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