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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Fuji 2012 Japan 07.11 ~ 07.15

가라오케바? 그리고 캡슐호텔 [Karaoke Bar? And Capsule Again]

Aki와 신주쿠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내일 후지산 가야하는데....' 이런 생각도 잠시, '조금 오다 말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Aki의 뒤를 쫓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아무런 간판도, 표시도 없는 문 앞에 Aki와 서 있었다. Aki 뒤를 따라 들어가니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작은 바가 있고, 그 앞에 몇몇이 스툴에 앉아 있었고 그 중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 한 명이 벽에 걸린 작은 TV에 나오는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쇼파와 테이블 2개가 놓여 있었고, 그 주위를 쇼파가 둘러싸고 있었다. 두 팀 정도 앉아 있었다.


단골집인지 Aki가 바텐더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들어갔다. 가장 안쪽 자리의 한 남자가 Aki에게 인사를 한다. 저 양반도 단골집인게 분명하다.


내 배낭을 바텐더 한 명이 받아서 챙겨주었다.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물품보관도 해주나보다.


자리를 잡으니 자연스럽게 사케 한 병이 앞에 놓여졌다. Aki는 한 병씩 Keeping 해놓고 마신다고 했다.


갑작스레 예전에 동네 새로생긴 바에 양주 한 병 큰 맘 먹고 키핑해놓았다가 그 가게 망하는 바람에 이도저도안된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이후로 나는 절대로 양주를 병으로 사서 Keeping하지 않는다.


Aki는가끔 금요일이면 혼자서, 가끔은 친구들과 와서 놀다 간다고 했다. 


나같이 배낭을 메고 온 사람은 처음이었는지 바텐더들이 와서 나에게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한다.


바텐더 중 한 명이 자기는 교포라며 반가운척을 한다.


여기 재밌는게 바텐더들이 술을 팔고, 칵테일 만들어주고, 손님들과 얘기하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그런 바가 아닌다.


온갖 노래에 춤, 말상대는 물론 칵테일까지 만든다. 그것도 온갖 쑈를 다 하면서 어떻게든 손님을 즐겁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다.


특히 교포라고 자신을 소개한 바텐더가 노래와 춤에 꽤나 끼가 있어보였다. 짬만 나면 스툴에 앉아있는 여자들이 노래하라고 난리다.


쇼파 깊숙히 앉아 있던 남자둘은 오늘 아주 작정하고 온 듯 했다.


추억의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끝도없이 불러대기 시작했다. 울트라맨, 메칸더브이, 인조인간 007 등등등 듣도 보지도 못한 주제가들이 화면과 함께 미친듯이 튀어나왔다.


최과장이 봤으면 진정한 용자들이라며 혀를 내둘렀을게 분명하다.


Aki와 이런저런 얘기도 하며 사케를 홀짝대고 있는데 홍일점 바텐더가 우리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네 같으면 약간의 호구조사를 비롯한 겉도는 얘기들이 대부분이고 보통 깊이는 없는 겉도는 얘기가 많은데 여긴 체면을 차리거나 표정관리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완전 맨얼굴로 서로를 보고 받아들이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 한류로 대화가 시작하더니 성에 대한 화두까지 대화 흐름이 거침이 없다.


Aki가 작년에 한국에 왔을 때 내가 너무 안내를 잘해줬었다며 나를 띄워주자 한참 같이 놀던 홍일점 바텐더 눈빛이 뭔가 오묘하다.


아까 분명 자기는 레즈비언이라고 했는데 저 눈빛은 대체 뭐지? 바이섹슈얼인가?

- 이 가게 바텐더들은 셋 다 게이, 레즈비언 이라고 한다. -


괜시리 부끄러운 마음에 애꿎은 물만 마셔댔다.


시간도 어느새 새벽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도 술집을 나왔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신주쿠에 도착했을 때보다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Aki와 함께 현식군이 일하는 편의점으로 가기로 했다.


현식군이 신주쿠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말을 듣고 주소를 받아놓은 터였다. 


어제 후지산행이 무산되면서 여행사에 대신 예약해준 염균이에게 줄 돈을 현식이에게 맡겨놓은 터라 꼭 만나서 그 돈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Aki의 도움을 받아 편의점에 도착했다. 신발이고 옷이고 모두 젖어있었다. 꼴이 말이 아니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려오는 듯 했다. 갑자기 짜증이 미친듯이 밀려왔다.


내가 여길 왜 왔는데. 후지산 가려고 그렇게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하고 왔는데 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날씨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끝나는건가? 


현식군은 이렇게 비가오니 어쩔 수 없다며 나에게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는게 어떠냐고 물었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더 컸다.


날이 밝으면 무조건 후지산으로 간다.


비가 오든 말든 상관없다.


정 안되면 그 옆의 하코네에가서 온천이라도 다녀오리라!


그렇게 마음먹고 Aki와 함께 편의점을 나와 근처 사우나로 향했다.


비가 계속해서 우리를 적셔댔다.


추적추적 빗 속을 걷는 도중, 갑자기 1박 2500엔 이라는 간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Aki에게 여기가 사우나 보다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눈빛을 보니 OK하는 듯 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동시에 간판 옆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하의 락커에 짐과 옷가지를 넣어놓고 가운으로 갈아입은 후, 5층의 사우나에서 가볍게 샤워를 했다.


그리고 받아든 키를 갖고 3층으로 갔다. 이 때 까지만해도 난 우리네 모텔 혹은 여관방을 생각했었다.


락커에 짐을 넣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3층에서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캡슐들......


아...또 캡슐인가.


다행인건 그래도 첫날 묵었던 캡슐호텔보다는 공간도 넓고 길이도 넓었다.


이왕 들어오기도 했고, 새벽 4시부터 11시까지 숙박비가 2500엔이니 지금 내 상황에서보면 나쁘지 않은 요금이기도 하다. 게다가 다리뻗고 잘 수 있다. 


Aki가 내일 아침 일찍 버스터미널에서 후지산행 티켓 사는 걸 도와주기로 했다.


이번 여행 중 후지산에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뭔가 비장한 마음으로 캡슐 안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나름 불타는 13일의 금요일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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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3, 2012 경비내역


자전거 대여료 : 400엔

다이부츠 입장료 : 200엔

다이부츠 내부 입장료 : 20엔

아침겸 점심 : 493엔

츠루가오카 하치만 궁 보물박물관 입장료 : 200엔

카마쿠라 -> 요요기 : 860엔

음료수 : 150엔 / 120엔

세탁기 : 200엔

건조기 300엔

신주쿠 - 신바시 : 190엔

신바시 - 신주쿠 : 190엔

금발머리 미국 여자애 세제비 : 20엔

숙박비 : 2500엔


총 사용금액 : 5843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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