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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Fuji 2012 Japan 07.11 ~ 07.15

선술집 [IZAKAYA]

도쿄로 돌아와 곧바로 요요기공원에 있는 요요기 유스센터로 향했다. 


4년 전만해도 이곳의 유스호스텔에서 숙박을 했었더랬다.


이제는 유스호스텔을 운영하지 않는다니 참 아깝다. 3000엔에 에어컨 빵빵한 개인 독방을 쓸 수 있던 곳이었는데..


곧바로 세탁실로 들어가 그동안 쌓인 빨래를 했다.


세탁룸 앞에는 세제도 자판기에서 살 수 있다.



빨래가 빠지니 가방이 얼마나 홀가분해 하는지 모른다.


빨래를 돌려놓고선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았다. 길거리에서 파는 일반 자판기보다 가격도 저렵하다. 맥주자판기도 하나 있으면 딱 좋았을 것을.


앉아서 넋놓고 쉬고 있는데 한 금발머리 여자가 빨래를 한 웅큼들고 세탁실에 들어왔다.


그런가보다 하고있는데 갑자기 "쑤미마셍~"하고 말을 건다.


상당히 혀가 꼬인 일본어로 모라모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미안하다며 "너 영어 할 줄 아니?" 라고 묻는다.


"초큼"라고 대답하니 세제가 흰 옷 전용이라고 나와있는데 색깔있는 옷도 세탁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난 다 색깔있는 옷만 빨고 있는데 전혀 문제 없던데?"라고 대답해주니 알겠다며 바로 세탁기에 그 엄청난 양의 빨래들을 세탁기에 부어버린다.


세탁기가 빨래 양보다 작아보일 정도다.


세탁기가 돌아갈까 싶다.


자기 생각에도 빨래 양이 많은지 세제를 하나 더 뽑으려는데 동전이 없는지 혹시 100엔 짜리 바꿔줄 수 있냐고 물어온다.


가방 속 동전을 보니 10엔짜리가 몇 개 보인다. 쿨하게 세제비 30엔 쏴줬다.


이걸 계기로 잠깐 말을 나눴는데 미국에서 잠시 교환학생으로 3개월 정도 있다가 내일 귀국이란다. 일본 생활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너무 재밌는 나라라며 귀국하는게 너무나 아쉽다며 어제는 어디에가서 몰하고 놀았다는 둥 폭풍같은 속도로 말을 쏟아내더니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어느새 빨래도 다 돌아갔길래 위에 있는 건조기로 옮겨넣었다. 100엔 당 10분 건조가 가능하다. 군대있을 때 이후로 이런 건조기를 써보는 건 처음이다. 


군대에선 천원이면 완벽하게, 빨래가 건조되다못해 뜨끈뜨끈할 정도로 건조가 됐었다. 


그런 걸 기대한 내가 잘못이었다.


300엔이나 투자했는데 아직도 부분적으로 축축하다. 뭔가 속은 느낌이다.


시간도 시간이어서 세탁실 바로 옆의 목욕탕에서 샤워를 했다.


참고로 샤워실은 오후 5시부터만 이용이 가능하다. 세탁기 돌려놓고 들어가서 샤워 좀 하려했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지금은 절대 안된다며 나를 제지했다. 웃는 얼굴로.


하지만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일정 시간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이니 가난한 나같은 배낭여행객에게는 상황에 따라선 정말 더할나위없는 오아시스같은 곳이다.


사실 이곳 요요기 유스센터는 예전 도쿄 올림픽 당시, 선수들 숙소로 쓰이던 곳을 유스호스텔로 사용되다가 지난 3월 15일 폐쇄되었다고 한다. 


어제 요코하마에 가기 전, 이곳에 들러서 가능하면 숙소를 이곳으로 잡으려 했었다. 지리적으로도 교통편이 가까이 있고, 시설 - 특히 아침식사가 부페식이다. -도 꽤 괜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의 친절한 리셉션 누나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요요기 유스센터 사무실 직원으로부터 "이제는 유스호스텔을 운영하지 않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아쉬웠다.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왠지 개운하다. 깔끔한 마음으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신바시역을 향해 출발했다.


슬렁슬렁 걷다보니 어느새 신주쿠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Ayako가 알려준대로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신바시역에서 공중전화로 Ayako와 Ei에게 현재 위치를 설명했다. 


출구쪽으로 나가니 단발로 머리를 자른 Ayako와 왠지 분위기가 조금 바뀐듯한 Ei가 서 있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은 보는구나.


Aki는 아직 회사 일이 끝나지 않아 조금 늦는다고 했다. Aki가 일하는 사무실이 이 근처여서 약속장소를 이쪽으로 잡았다고 했다.

조만간 온다고 하니 어떻게 바꼈을지 궁금하다.


이 친구들이 한국으로 휴가왔을 때가 딱 작년 이맘때였으니 그 이후로 정확히 1년 만의 만남이다.


바로 전철역 근처의 오키나와 음식 전문 이자카야로 향했다.


서로 반가운 마음에 다시금 안부를 물었다. 명함도 교환했다. 챙겨오길 잘했다.


지난 1월 내가 취업한 것을 알고 있던 터였다. 6개월이나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취직축하인사라니. 내심 고마을 뿐이다.


 


Ayako 말로는 바다의 포도라는 해산물이 에피타이저로 나왔다. 생전 처음보는 거다. 오돌토돌한 것이 입엔에 들어가니 상큼하게 입 안에서 톡톡 터져간다. 독특하다. 간장없이 먹어도 괜찮다.


요즈음 브리짓 존스의 일기 1,2를 함께 완독했다고 한다. 노상 이리저리 놀고먹는데 여념이 없는 자신이 살짝 부끄러웠다. 자연스레 기립박수로 축하해주었다.



오키나와 지역 맥주라는 오리온을 시켰다. 굉장히 순하고 연하다. 여자들이 좋아할 맛과 질감이다.


이름도 모를 음식들을 계속해서 시식하던 중, Aki에게서 출발한다고 연락이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Aki가 도착했다. 반가운 포옹의 연속이다.


아직 Aki가 식전이라 이런저런 요기거리가 될 만한 것을 주문했다.


국수부터 사시미까지 정말 끝도없는 주문을 계속했다.


 


Ei가 강력추천한 음식인데 우리네 족발과 비슷하다. 씹히는 질감은 더 부드러웠다.


향도 더 향긋한게 그 날 먹은 음식 중 베스트였다.


 


그 와중에 내가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란 걸 들으셨는지 우리 테이블 앞쪽 스툴에 앉아 혼자 오키나와 전통 악기 산신을 연주하며 맥주를 마시던 히데오라는 아저씨가 반갑다며 나에게 건배를 청했다. 


요즈음 한국말을 공부하신다며 몇가지 표현을 물어보시길래 답을 해드렸더니 맥주도 한 병 쏴주셨다. 고마운 마음에 맥주도 따라드리고 함께 건배도 했다. 기념으로 사진도 같이 찍었다. 


이제는 갑자기 뒤쪽 테이블의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자신도 한국에서 6개월 간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다며 인사를 건넨다. 이미 취기가 좀 올라온듯 했다. 


한국에서 소맥을 마셔보고는 감명을 받았는지, 나에게 폭탄주를 내 친구들에게 소개해주라고 한다. 나쁘지 않겠다싶어 맥주 두 병을 더 시켰다. 그러나 오키나와 음식 전문 이자카야에 소주가 있을리 없다. 아쉬운 마음에 사케를 넣어서 만들자고 하니 자기도 어떤 것을 넣으면 좋을지 모르겠는지 이래저래 농담 따먹기만 하다가 자기 자리로 가버린다.


결국 폭탄주는 커녕 맥주만 마셨다.


 


 순식간에 다시 자리가 정리됐다.


여행에서 만난 사이여서일까? 다음엔 여행을 같이가자며 목적지를 어디로 할지가 화두가 되어버렸다.


Ayako는 필리핀, Ei는 캄보디아, 나는 아람에미레이츠의 아부다비, Aki는 아직 생각 중 이란다.


가지각색이다. 


과연 우리는 어디를 갈 수 있을까? 아니, 함께 여행을 갈 수나 있을까?


한참을 먹고 떠들어 대느라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약간의 취기도 오르는 듯 했다. 기분도 좋다.


어느덧 11시 정도 된 듯 하다. Ayako와 Ei는 집으로, Aki는 금요일이라 신주쿠의 자기 단골집에 가서 한 잔 할 생각이란다. 나에게 같이 가겠냐고 물어왔다. 


나는 Aki와 동행하기로 하고 Ayako,Ei와 전철역에서 인사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