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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Fuji 2012 Japan 07.11 ~ 07.15

카마쿠라 [Kamakura]

잠자리가 너무 푸근했나보다.


벌써 8시 반이다.


날이 더워 아침일찍부터 나설 참이었는데....


그러나 이왕 늦은 거 천천히 하자는 마음으로 180도 바뀌는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다.


오늘도 어김없다.



- 카메지칸 명함 - 게스트하우스에서 찍은 사진이 아님을 알린다. 본인이 아무리 맥주를 좋아한다고 해도 설마 아침부터 맥주병 불고 있을리는 없지않은가? .....알았다. 사실 그럴 수도 있긴 하다. -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침대보와 베개피를 벗겨서 세탁주머니에 넣었다. 어제는 못본 여인네가 '이라가또'라 한다. 낮에는 저 분이 관리하나보다.


어젯밤 한 참을 함께 떠들었던 마키씨는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나는 아침식사 500엔이라는 말에 너무 비싼듯하여 진한 커피 한 잔으로 대신했다. 인스턴트지만 모 어떠랴...무상제공인데...


마키씨는 이제 오키나와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정말 짧은 만남이었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에 명함하나를 쥐어줬다. 혹시 한국에 올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마키씨는 나에게 어디서 샀는지 모를 일본 과자를 하나 주었다. 정말 한 개만 줬다. 처음에는 봉지를 막 꺼내길래 한 웅큼 쥐어줄라나 했더니만 정말 한 개만 줬다. 그래도 괜찮다. 나름 특이하고 오묘한 단백한 맛이었으니.


주는데로 먹어야지 괜시리 거기서 하나 더 달라고 하면 없어보인다.


카운터에 체크아웃을 하고 가방을 맡긴 후, 자전거를 빌렸다. 시간당 100엔, 4시간 이상 빌릴 경우 하루에 500엔 이라고 한다.


자전거 세 대를 보여주는데 그나마 제일 큰 놈으로 골랐다. 


게스트하우스 여인네에게 다이부츠에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이리저리가서 요리조리가면 된다고한다. 어찌나 좌회전, 우회전이 많은지...


아......


자전거가 장난이 아니다. 브레이크는 오른쪽 핸들에 밖에 없고, 그것마저 잡을 때마다 미친듯한 굉을을 낸다.


잘못걸렸다. 자전거가 짐이 될지도 모른다. 그냥 반납을 할까? 괜시리 고장이라도 나면 피곤해질텐데. 


그래도 걸어다는 것 보다는 났겠다.


다이부츠를 한 방에 찾아가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에 그냥 맨땅에 헤딩하기로 했다.


지도상으로  해변도로가 멀지 않아보여 무작정 해변쪽으로 갔다.해가 너무 좋다. 필요이상이다.


한 10분 정도 무작정 달렸을까? 바다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바다다.


자전거르 세워놓고 해변을 걸었다.


파도가 세찬 것이 오늘도 날이 좋지많은 않겠다 싶다. 


해변근처를 둘러보았다. 작은 어촌마을의 모양새를 보이는듯 하나 조금 걷다보니 요트, 서핑, 해변바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요모조모 옹기종기 있는듯 하다. 어찌나 깨알같이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있는지.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고 해변도로를 질주했다. 오토바이였으면 폼 좀 났을텐데...


인도 다녀온 이후로 아직까지 실행하지 못한 일 중 하나가 오토바이 배우는 거다. 주위에 차있는 놈도 거의 없는데 오토바이는 더 없다. 


어쨌든, 이래저래 시원~한 바닷바람 맞아가며 골목길을 휘젖고 있는데 작은 철도건널목 건너 작은 신사가 보였다. 


참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았다. 신사 앞에 이런 건널목이라니.


이런 건널목을 신사 바로 앞에 만든다고 하면 분명 반대가 있었을텐데 어떻게 타협한걸까?


독재자처럼 밀어붙여 만든 것이 아니라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네 같으면 종교단체게 로비들어가고 아주 난리가 났을게 뻔했을텐데.



오랜만에 신사나 한 번 가보자는 심산으로 발을 들였다.


여느 신사들이 그렇듯 입구에 있는 부스에서는 부적, 기념품을 팔고 있었고 벽에는 이 동네 가면 축제 장면이 나와있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꽤 오래전에 지어진 듯 하다. 산 바로 밑에 있어서 인지 축축하고 음습한 기분까지든다. 여긴 누굴 모셔놓은걸까? 


알 길이 없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이런저런 신사들을 참 많이도 갔었다. 당시 대도시들 위주로 다녔는데도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은게 신사였다. 그런 신사들 대부분을 일일이 들어가서 일본사람들처럼 기도도 하고, 종도 울려보았더랬다.


한 일주일을 그렇게 다니다보니 신사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졌었다.


그 때의 잔상이 남아있었나보다. 그 작은 신사를 한 바퀴 돌아보았을 뿐인데 호기심이 싹 사라져버렸다.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카마쿠라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 다이부츠를 향해 다시 페달을 굴렸다.


카마쿠라를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인 고토쿠인에 위치하고 있는 대불상. 일본말로 다이부츠,

[출처] 카마쿠라 - 다이부츠|작성자 Vince


오랜만에 그것도 타국에서 보는 불상의 느낌이 색다르다. 꾹 다문입과 지긋이 감은 눈의 불상이 왠지 '자네 왔는가~' 하는 듯 하다.


오랜만에 삼배를 올려보았다.



불상 뒤쪽으로 왜인지 모를 문이 열려있었다.


뭔가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걸까?



20엔을 내면 불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어둡다.


불상에 대한 대략적 설명과 만들어진 주조방식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었다.



카마쿠라는 오래된 사찰, 신사도 많고 역사적으로 한 때나마 수도의 역할도 하던 곳이다. 도쿄에서도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위치이다보니 수학여행, 소풍 장소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기 하다고 한다.


내가 간 날도 여지없이 여러 학교에서 견학을 온 듯 했다. 삼삼오오 짝을지어 다니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론리플래닛에는 꼭 가봐야하는 곳으로 다이부츠 외에도 엔가쿠지, 켄초지 등이 더 있었지만 시간도 시간이고, 다이부츠에서 조치지까지의 트랙킹은 자전거때문에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사찰, 신사는 건너뛰고 츠루가오카 하치만 궁으로 가기로 했다.


여기저기 애들 도시락 까먹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


애들 도시락이 어떤가 가만히 지켜보니 정말 만화책에 나오는 삼각주먹밥도 있고, 문어모양 비엔나소세지도 있다. 특히 여자애들  도시락 데코레이션이 알록달록하니 먹음직스럽다. 저거 사진으로찍어서 쭉 늘어뜨려놔도 꽤나 괜찮은 그림 나올듯 하다.


일본도 도시락으로 애들끼리 기가살고 죽는걸까? 딸 둔 엄마들은 신경 좀 쓰는 분위기인가보다. 


여지없이 주먹밥 하나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한 입 씩 먹어대는 남자애들이 있는 반면, 여자애들은 도란도란 모여서 먹는게 우리네와 다름이 없다.



츠루가오카 하치만 궁.


새해가 되면 2백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인기있는 곳이니 만큼 카마쿠라에 오면 꼭 가야하는 곳 중 하나다.


이 곳은 일본 최초의 막부시대, 가마쿠라 막부의 창시자 미나모토모 요리토모에 의해 전쟁의 신, 호국의 신, 전사들을 수호하는 신도의 신 하치만에게 바쳐진 곳이다. 

그래서인지 초대형 빨간 도라이가 그 앞을 지키고 있는걸까? 건물들이 온통 붉은색과 금박으로 어우러져 있다. 


 


도라이를 지나 드어가면 양쪽으로 연못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왼쪽 연못 겐베이이케 쪽을 보면 연못 위로 타이코바시라는 다리가 세워져 있는데 이 다리를 단숨에 건너면 남자는 출세를, 여자는 순산을 할 수 있다는 설이 전해내려져온다고 한다.


꼭 단숨에 건너야만 한다.


 

 

카마쿠라에서 꼭 들려야 하는 장소다 보니 중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한 중국인 관광객 아저씨가 처음엔 연못의 물고기들에게 과자를 뿌려대더니 그걸 보고선 비둘기가 주위를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비둘기에 시선이 가 ㄴ아저씨가 이제는 비둘기들에게 직접 과자를 나눠줬다.


과자가 들린 아저씨 손만 바라보며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비둘기들의 저 끝없는 식욕이란......


  

그냥 신사라고 보기에는 좀 특이한 점이 내부에 불교건축물이 함께 공존했다고 하는 점이다. 하치만을 포함한 신도의 몇몇 신은 불교 신의 화신으로 간주되기도 했다고 한다. 메이지 유신 이후로 신도가 국교로 되면서 불교건축물은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두 종교가 함께 공존했다니....


갑자기 예전 인도, 자이뿌르에서 본 힌두교 사원 한 구석에 예수가 조각되어져 있던 모습이 생각났다. 이곳이 힌두교 식의 무한대의 흡수력이 보여지는 곳은 아니지만 어쨌든 두 종교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었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사진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슬픈 전설이 스며들어있는 마이덴이라는 건축물이다. 


짧게 살펴보자면 형 미나모토 요리토모보다 능력있던 동생 모나모토 요시츠네가 형의 시기와 질투, 권모술수에 의해 자결한 후, 그의 첩 스즈카가 죽은 요시츠네를 위해 춤을 추다 아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곳이 바로이 마이덴이다.


매년 4월 둘 째주 일요일에는 그녀를 기리는 춤사위가 벌어진다고 한다.



계단을 통해 본당으로 올라갔다.



본당 옆에 있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면 본당 옆에 위치해있는 작은 박물관에들어가 볼 수 있다. 이곳 역시 사진촬영이 허가되지 않기에 사진은 없다.


들어가보면 그 옛날 막부시대의 전쟁장면이 그려진 병풍, 갑옷, 무기, 몇몇 보물들의 레플리카 들이 전시되어 있다. 



도라이 건너편에는 도로 한 가운데를 사진처럼 만든 작은 길이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쭈욱 가다보니 어제밤 와이파이를 빌려 쓴 Bowls가 왼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만약 어제 저기서 와이파이를 쓸 수 없었다면 바로 노숙을 해야했을 거다. 


고마운 마음에 모라도 하나 팔아줄까했지만 벌써 자전거를 빌린지 근 4시간이 되고 있던터라 서둘러야 했다. 도쿄로 돌아가 친구들 만나기 전에 해야할 일도 있었기에 여유시간이 필요했다. 


다음에는 꼭 저곳에서 삼시 세끼를 모두 해결해주리라!


게스트하우스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카마쿠라 역으로 걸어오는 길에도 곳곳에 작은 신사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냥 가기가 아쉬워 카마쿠라 역 앞의 한 신사에 들어갔다. 가운데 난 길 양쪽으로 꽃이 피어있는것이 좋아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순산을 기원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명칭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카마쿠라역 정문으로 나와 바로 길건너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으니 가보고 싶으신 분들은 가보시라.



도쿄와 가깝지만 전혀 도쿄스럽지 않은, 옛스런 작은 마을 카마쿠라.


느긋하게 곳곳을 둘러보며 느껴보지 못한게 지금도 많이 아쉽다.


오랜만에 자전거 타고 여기저기 잘도 헤매며 다녔다. 


길을 잘못잡아 엉뚱한 방향의 언덕길을 미친듯이 올라가다 땀을 비오듯이 흘려보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기도 했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헤매이고 있다.


차분히 다음이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