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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Fuji 2012 Japan 07.11 ~ 07.15

아직 끝나지 않았다. [Endless End]

신주쿠에 도착했다.

차가 밀리지 않았는지 에누리없이 3시간 만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지개를 켰다.


후지산과 전혀다른 신주쿠의 열기가 나를 환영하는듯 했다.


사양하고 싶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신주쿠 뒷쪽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배낭 속 물품들을 모두 꺼냈다.


레인커버로 배낭은 잘 커버했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중간 물건을 꺼내고 넣는 과정에서 빗물이 들어갔는지 물기가 없는 것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등산 전 캐비넷에 넣어둔 물품들은 그 피해가 없었고, 비닐봉지로 분할해서 넣어왔기 때문에 피해가 하산 당시보다 커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전자제품들도 물기가 있어서 걱정을 많이했는데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빨래거리들을 간이걸레삼아 물기를 닦아낸 후, 짐들을 차곡차곡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신주쿠 서쪽출구로가서 라면을 먹었다. 


새벽에 후지산에서 먹었던 그 맛보다는 못했지만 그냥저냥 한 끼 식사로는 나쁘지 않았다.


라면집 점원의 도움으로 근처 사우나로 향했다.


잠깐동안 샤워만 한 번 하면 되는데 800엔이나 줬다. 300엔짜리 뭔가가 있는 거 같았는데 시간도 없고, 실랑이하기에는 지쳐있던 터라 그냥 넘어갔다.


처음 가본 신주쿠 사우나는 특이했다.


남탕인데도 여직원들이 자유롭게 왔다갔다했고, 마사지사 아줌마는 남탕을 자기집 드나들듯 하고 있었다.


캡슐호텔처럼 역시나 샴푸, 바디클렌저 등 모든게 갖추어져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챙겨간 샘플들이 있어 이것들을 사용하는데 마사지 아줌마가 나를 보며 이게 모냐는 등 얼굴을 찡그렸다.


나이 33살 먹은 총각이 홀딱 벗고 목욕탕에서 맘편하게 좀 씻어보겠다고 와서 폼클렌징 샘플을 쭈욱 짜고 있는데 와서는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거다.


이런 생경한 상황이라니.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듯  난 마사지 주문한 적도 없고, 내꺼 내가 쓰는데 왜 그러냐는 쿨한 표정으로 상대해줬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간단히 샤워를 끝내고 짐을 챙겨 나왔다.


공항까지는 약 30 - 40분이면 갈 수 있고, 시간은 이제 3시 반이다.


시간도 남았고, 예상보다 경비가 남아 이거저거 먹어보기로 했다.


라면도 먹었고, 오키나와 음식 먹으면서 사시미도 먹었다.


무얼 먹어볼까 궁리하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보여 뭔가 싶어 가봤다.


수박, 파인애플 따위의 과일을 나무젓거락에 꽂아 파는 것이 아닌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도 수박 1/4통을 롯본기의 한 마트에서 사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날도 더운데 잘됐다 싶어 수박 하나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역시 제철과일이 최고다.



길을 걷다 아이스크림에 딸기가 듬뿍 얹어진 파르페도 사먹었다. 생각보다 단 맛이 덜하다. 어른들도 좋아할만한 적당한 달달함이다.


슬슬 공항에 가야할 시간이라 신주쿠 역으로 향했다.


동쪽출구쪽으로 향했는데 마침 거리공연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게이밴드들의 코믹 공연이다.


여장을 하고는 춤까지 춰가며 정말 열정적으로 열심히 노래를 불러제끼는데 안 웃을 수가 없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자기네 공연한다며 초대권이 달린 팜플렛을 나눠주는데 정말 웃겨 죽는다.


우리네 같으면 폼 잡느라 정신없을텐데, 나름의 유쾌함이 정말 독특하다.



지하철을 타고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일찍 체크인, 출국수속을 끝내고 면세점에 가서 포도주스 한 병과 작은 과자 한 박스를 샀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식당가로 향했다.


간단히 타코야끼에 맥주 한 잔을 했다.


공항이라 그런지 역시나 비싸다.


하지만 오늘로 이번 여행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낌없이 질러줬다.


이 정도 작은 사치 정도는 나에게 주는 선물로 치면 된다.


아야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만나서 반가웠고,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비행기에 올랐다.



기내식과 맥주로 저녁을 먹었다.


한국까지 가는 루트가 일본 열도를 가로질러가는 루트라 야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도쿄 스카이타워 위를 바로 지나가 루트라 마음적으로 더 가깝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비가오고, 안개가 끼긴 했지만 열도를 지나가는 내내 야경보는 재미에 빠졌다.


한국에 가까워질 수록 기상이 좋지 않았다.


떠날 때도 비가 오더니 돌아오는 날도 비가오고 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


음악을 들으며 괜시리 좌석의 리모콘을 이리저리 눌러본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역시나 짐이 배낭하나 밖에 없다보니 나가는 것도 빠르다.


나가는 길에 문득 출국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눈에 걸렸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그리 향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곤 발길을 다시 지하철역으로 옮겼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부모님과 몇몇 친구들에게 귀국했음을 알렸다.


통화를 하면서도 왠지 출국장에가서 다른 곳으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고 가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얼마 전, 갑자기 중동에 가고 싶어졌었다.


이유는 없다. 


그냥. 문득. 갑자기.


지금 티켓을 사고 비행기를 탈까? 


어느덧 지하철 개찰구다.


지갑을 꺼내들고는 습관적으로 교통카드를 찍는다.


마음만은 출국장을 가리키는 표지판 앞을 떠나오지 못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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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5, 2012 경비내역


점심 (라면) : 850엔

사우나 : 800엔

수박 : 200엔

파르페 : 450엔

신주쿠 - 하네다 공항 : 590엔

타코야키, 맥주 :1150엔

전화 70엔

선물 : ABT 1460엔


총 사용경비 : 557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