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바로 다음날.
일본에 가기 전 처럼 여전히 사무실로 출근을 했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으며, 미친듯이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쓰며 일했다.
몸은 무거웠다.
일본에 있는 내내 후지산에 못갈까봐 내내 노심초사했었고 겨우겨우 간 후지산을 야간산행으로 올랐다. 캡슐호텔의 잠자리는 항상 불편했으며 거의 지하철, 버스, 비행기에서의 쪽잠이 수면시간의 대부분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업무시간 중에 눈꺼풀은 시도때도 없이 내려왔다.
참 오랜만에 커피를 하루에 두 잔이나 마셨다. 그 맛 없는 회사 자판기 커피를.
점심먹고 잠깐 엎드려있는데 뒤에서 한소리들 해댄다.
그러나 별로 마음쓰지 않는다.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달랐다.
가벼웠다.
또 하나, 내 인생의 페이지가 일단락 된 느낌이다.
불과 1주일 전, 일본으로 떠나기 전과는 전혀 달랐다.
누군가를 미친듯이 증오하고 미워하던 마음도, 나를 어둠 속 끝까지 몰아세우던 자책의 마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그라든 아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듯 했다.
그래서일까? 동기들이 나에게 표정이 좋다고 한다.
후지산의 미친 폭풍우가 다 씻어간 것일까?
꼭 마음의 염증을 칼로 째고 그 속을 가득채우던 고름덩어리를 모두 빼낸 듯 하다.
왠지모르게 마음이 가볍다.
하지만 한 편으로 작은 걱정이 든다.
과연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갈까?
분명 여기저기서 내 마음을 말이라는 칼과 창으로 또 찌르고 벨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 속에는 미움과 자책이라는 염증이 생길텐데...
모르겠다.
얼마나 지금의 이 상쾌함이 지속될지.
그저 오래가길 바랄뿐이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다녀온 후 몇몇 가지 꼭 하고싶은, 아니 해야할 것들이 명확해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지금은 여기에 집중해야 할 때다.
조금씩 내가 원하는 삶이 되어가고 있는듯 하다.
조심스럽게 또 한 발자국을 내딛어 보려 한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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