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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Fuji 2012 Japan 07.11 ~ 07.15

나는 왜 후지산을 가게 되었나

2011년 7월 중순 경.


타지마할로 유명한 인도의 아그라에서 일본인 친구를 만났다.


Ayako, Ei, Aki.


그 당시, 한국에 오면 내가 니들이 보지 못했던, 한국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했었는데 말이 씨가 되었는지 이 친구들이 정말 여름 휴가로 한국을 찾아왔다.


서울, 부산, 전주를 도는 타이트한 일정을 함께하면서 숙박, 프로그램, 가이드까지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일정이었다.


비가오고 바람이 불어대는 장마철이었지만 상당히 만족하는 듯 했다.


당시 Ei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후지산에 가본 적이 있냐고.


물론 내가 가봤을리가 없다. 후지산이 일본의 혼이 담겨있는 영산으로 불린다는 건 알고 있으나 작년 네팔을 다녀오기 전까지 나에게 산은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가본 적이 없다는 나의 말에 Ei가 후지산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후지산은 1년 중 7, 8월에만 등반이 가능한데 자신은 작년 여름에 후지산을 정상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정상에서 본 일출이 굉장히 아름다웠다고 한다.


왠지 구미가 당겼다. 고도가 2000을 넘는 산이 국내에는 없는데서 오는 고도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풀릴 것도 같았다.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라는 Ei의 추천에 무심코 내년에 갈 수 있음 가겠다고 했다.


모든 것은 이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지난 1월, 우연히 취업을 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4월 중순 즈음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문득 작년 Ei의 한 마디가 무심코 생각났다.


그렇게 쉽게 목적지가 정해졌다.


비행기 티켓, 일정부터 등반에 필요한 것들까지..모든 것들을 닥치는대로 알아보며 조금씩 정보를 모았다.


5월 말,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김포 - 하네다 왕복 일정으로.


그리고 일본현지에 살고있는 지인을 통해 후지산 등반 여행상품에 등록했다.


물론 가이드는 없는 자유등반이다.


식사와 숙박만이 제공되는 정말 단촐한 프로그램이다.

우리돈으로 약 18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프로그램으로 마지막에는 온천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항상 일본에 가면 자기 좀 데려가달라며 오매불망 나를 귀찮게 했던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갈래?'라며 무심코 예의상 던진 말을 덥석 물어버렸다.

일행이 생긴 것이다. 이런 일이~~


함께 일정을 짰고, 후배는 나와 같은 비행기로 예약을 끝냈다.

날짜를 기다리던 중, 전화 한 통이 왔다.


후배다.


갑자기 못가게 됐다는 전화다.


자격증 시험날짜를 착각했다고 한다.


쿨하게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는 건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인가..


다시 일정을 수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나의 신분은 여행 계획으로 하루를 다 보낼 수 있는 백수가 아닌 직장에 족쇄가 묶여있는 직딩인 것이다.


출발 2주 전,  휴가계를 올렸다.


사내에서 휴가 일정 조사도 하기 전이다.


휴가 일정에 대해 누구와도 상의하지도 않았다.


사실 내가 휴가가는데 일정을 상의한다는 것 자체가 좀 말이 안된다.


휴가계를 올린 후 조율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휴가 갈 수 없다고 한다면 회사 그만두고 여행을 가려고 마음먹었었따.


그렇게 사즉생의 마음으로 휴가계를 올렸다.


컨펌이 났다.


당연한 결과다.


상의없이 휴가를 올리는 것에 대해 내심 속으로는 나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양반도 몇 있었으나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나의 욕망에 충실한, 나의 행복추구권이 무엇보다 소중한 인간인 것을.


어쨌든 약간의 우여곡절과 치밀한 계획 속에서 준비가 끝났다.


최신판 론리플래닛-영문판-, 단기산행용 33리터짜리 배낭, 쓸만한 춘추용 바람막이, 새로운 휴대용 태양광 배터리팩도 샀다.


이제 가는 일만 남았다.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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