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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Fuji 2012 Japan 07.11 ~ 07.15

Plan B?!

새벽같이 일어나 캡슐호텔 옆 카페의 와이파이를 잠시 빌려 염균이가 보내 준 후지산 최종 예약 확인증을 캡쳐한 후 집합장소로 향했다.


오전이라 더위가 한결 꺽인 분위기다. 아침으로 규동을 먹을까 하다 마땅한 집이 보이지 않아 편의점 도시락으로 대신했다.


어제 밤 현식군 도움으로 프린트한 지도가 일본어로만 표기되어 있어 집합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길을 물어가며 가야만 했다.


히나가라, 가타가나라도 알았으면 좀 나았을 것을...


무식하면 고생이다.

 


집합장소 근처에 도착하니 여행사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너무 일렀던지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어제 맥주가 좀 과했던 걸까? 집합장소 근처 지하상가 화장실을 다녀오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문 산악인 같은 복장에서 동네 뒷산으로 마실가는 듯한 모습까지 각양 각색이다.


어찌나 배낭들이 빵빵한지 모르겠다.


산 위에 올라가면 우리네처럼 배낭 속에서 맥주에 소주에 음식들이 바리바리 나오는 걸까?



7시 30분.


출발 시간이 됐지만 버스에도 아직 앉지 못했다.


여행사쪽 가이드 말에 의하면 후지산 현지에 비가 오고 있어 금일 산행이 불투명해졌다고 한다.


1시간 후에 다시 한 번 체크를 해보고, 오늘 산행여부를 최종결정해보겠다고 한다.


마냥 길바닥에 앉아있기엔 시간이 아까워 근처 스타벅스로 향했다.


여지없이 에스프레소 도피오 한 잔을 마셨다. 한국보다 향이 진하다.


목구멍을 넘어 식도를 타고 알싸하게 내려가는 느낌이 좋기는 한데 뭔가 꺼림칙하다.


시간 맞춰 집합장소에 가보니 가이드가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가이드 왈, 현재 후지산 산행이 가능한 기준 강수량을 초과하는 빗줄기가 내리고 있어 오늘은 아예 취소가 될 수도 있어요. 


아저씨 한 분이 비가와도 가고싶다며 의지를 불태우자, 가이드가 오늘 후지산에 가고 싶냐며 묻는다.


한 명도 빠짐없이 오늘 가고 싶다고 대답하자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30분 후에 다시 한 번 체크해보고 그 때 최종결정을 하겠다고 한다. 


산에가게되면 적어도 30시간은 함께 다닐 사람들인데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산행 중 먹으려고 산 초콜릿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며 시간을 보냈다.


최종결정의 시간이다.


강수량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오늘 산행은 취소.


아......


이제 어쩌지?


현식군도 보고, 친구들과 보기로 약속도 되어 있지만 이번 여행의 메인 이벤트는 후지산 등반이었다.


기상 때문에 취소라니. 내가 여길 왜 왔는데.


마치 붕어빵을 꼬리부터 머리까지 아무리 먹어도 속에 꽉차있어야 할 단팥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런 황당한 상황이 아닌가.!!


모든 일정도 오늘의 후지산 등반에 맞추어져 있는데...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Plan B가 필요하다. 그것도 빨리.


가이드말로는 내일도 기상이 그리 좋지는 못할 거라고 하니 자칫 잘못하면 후지산은 아예 발도 못 붙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젠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도 없는데...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걷기 시작했다.


여기 마냥 있을 수는 없다.


시부야역까지 정신없이 걸으며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1. 일단 후지산에는 무조건 간다고 상정하며 야간산행도 고려대상도 불사한다.


2. 후지산 산행 후 도쿄보다는 도쿄근교를 돌 생각이었으니 일정은 바꾸어 먼저 근교를 돌기로 하되 후지산행 고속버스가 출발하는 신주쿠역으로의 이동이 편한 지역을 그 대상으로 선정한다.


3. 내일로 예정되어 있는 친구들과의 약속의 변경여부를 타진해보고 그에 따라 여행지역을 선정한다.


공중전화로 Ayako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타깝게도 Ayako, Ei, 모두 오늘 저녁에 다른 일정이 있다고 한다.


결국 약속은 변경이 안된다. 


만약 내일 후지산행이 가능하다면? 답은 하나다. 약속을 캔슬하고 산에가야한다.


하지만 이미 산장은 예약이 끝나있을 것이니 숙박은 힘들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야간산행 뿐이다.


혹시 모르니 염균이를 통해서 산장 예약이 가능한지를 따져보고 후지산행 일정을 최종결정을 하기로 하고 요코하마로 가기로 했다. 


시부야역으로 발걸을을 옮기는 도중 근처에 있는 'mont-bell' 본사 매장에서 등산스틱을 살까하고 살펴봤는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환율이 예전만 같으면 하나 샀을텐데...


시부야역에 다다르니 여지없이 사람들이 많다.  


 


역 앞에서 누군가가 마이크를 들고 조선이 어쩌고 하는 말이 들려 왔다.


뭐지?


뭐냐 이건. 딱 봐도 일본 우익 꼴통 꼰대가 우리나라를 디스하고 있는게 아닌가.


뭔 말을 하고 있는지 잠시 들어보니 위안부 얘기는 모두 우리나라가 날조한 것이고 그런 날조된 사항으로 일본을 비난하고 압박하지말라는 내용인듯 했다.


옆에 서 있던 어떤 아저씨는 적극적으로 동감을 표하며 박수까지 쳐댔다.


갑자기 열이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가서 확 엎어버릴까? 아니다. 앞에 카메라도 많은데 괜시리 일본우익애들한테 좋은 빌미가 될 수도 있다. 폭력적인 건 안된다.


이럴 때 앞에 나가서 마이크 뺐어잡고 한 마디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을!!


울분이 가시지 않는다.


그들이 든 피켓, 마이크들고 설쳐대는 우익 꼰대, 현수막들을 사진에 담았다.


귀국하면 바로 블로그에 올려주마. 트윗이고 어디고 다 올려주마.







생긴건 무슨 황소개구리와 두꺼비 합친 것처럼 생겨가지고 말도 안되는 소리나 해대고 있다니...


위안부와 라이따이한은 그 사안의 성격자체가 다른 것을.


겨우겨우 마음을 가라앉히며 역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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