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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Nepal 05.10 - 06.08

마지막 코스

May 21, 2011

데우랄리에서 MBC를 거쳐 ABC로 가는 오늘의 코스는 목적지로 향하는 마지막 코스다.

여유롭게 데우랄리를 출발했다. 2시간 만에 MBC에 도착했다.

혁주가 고산병 증세를 보여 중간중간 쉬면서 차분히 올라갔다. 올라가는 중 내려오는 아주머니 두 분을 만났다. 날씨가 좋아 너무나 멋진 산을 보았다며, 얼마 안남았으니 어서 올라가라고 격려해주신다.

혼자보기 아까운 풍경.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우리 부모님은 여기 3700고지까지 오르실 수 있을까?

MBC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운이 좋았는지 계곡 건너편에 야생 산양들이 나타났다. 쉽게 볼 수 없는 풍경들이 펼쳐져있다.

새로운 환경, 풍경 속에서 우리는 오직 앞으로 가는 것에만, 산을 오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MBC 이후 3800 고지 쯤 부터 편두통이 시작됐다. 안압도 높아지는 느낌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주위가 개방된 지형이라 온 몸으로 바람을 받아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했다.

추위가 한층 날카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바람이 싫지는 않았다.오히려 장갑을 벗고 직접 바람을 만지며 나아갔다.



 


오르는 도중 약초를 캐고있는 한 남자를 만났다.

해발 4000고지 이상에서만 채집이 가능하다는 약초.

말로는 피를 맑게해주고 정력에도 좋단다.

역시나 혁주가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자기도 찾아보겠다고 땅을 헤집어봤다.

어린 놈이 약이라면 너무 좋아한다.

비아그라를 비롯한 각종 상비약은 물론 영양제들까지.

배낭 속 한 웅큼되는 약을 볼 때면 한 편으론 경외감까지 생길정도였다.

해발 4000고지 이상에서만 채집이 가능한 약초 - 이름은 잊어버렸다.


비아그라를 미리 복용한 태훈이와는 상반되게 오르는 내내 혁주가 고산병을 호소했다.


오후가 되면서 먹구름과 안개가 주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가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10분 쉬고 20분 오르고 10분 쉬고 30분 오르고...

 



하지만 오르고 계속 올랐다.

그리고 오후 3시 10분 경

우리는 ABC에 도착했다.

해발 4130고지를 찍은 것이다.

구름이 있긴 했지만 푸른 하늘과 높은 산들을 모두 가릴 수는 없었다.

푼힐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만년설에 뒤덮인 봉우리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감격이다.


조금 춥고, 샤워도 3일째 못했고, 면도는 등반 시작부터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가슴뭉클함.

뿌듯하다거나 기쁘다는 것과는 다르다. 왠지모를 성취감? 아니다. 설명할 수 없다.

방을 잡고 바로 식당으로 달려갔다.

순식간에 뽀글이 두 봉지를 각자 해치웠다.

우리가 먹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던지, 앞에 앉아있던 외국애들이 모두 저녁으로 라면을 시켰다.

어떤 여자애는 자파티를 라면 국물에 찍어먹어댔다.

아.......얘들은 라면국물을 스프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인도에서 네팔로 넘어 온 이후, 인도음식이라면 온몸으로 거절하던 차에 참으로 생소하면서도 비호감으로 느껴졌다.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이폰에 받아 온 컬투쇼를 들으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무로 지어놓은 숙소는 사이사이 틈으로 찬 바람이 들어와 온 방안을 몰아쳐댔다.

혹한기 훈련이 따로 없다.

이불 속이 아니면 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무리 두꺼운 담요로 침낭을 덮는다해도 이렇게 자다가는 얼어죽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있는 옷을 모두 껴입었다.

침낭 끝을 비닐로 감싸 열 손실을 막았다. 태훈이 아이디어였는데 이게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고작 비닐 한 장이었지만 그 날 만큼 발이 따뜻했던 잠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숙소는 너무나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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