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3, 2011
아침 햇살이 너무나 맑고 깨끗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오늘은 하산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가이드 텐지씨가 오늘은 하산을 한다해도 포카라까지 이동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유는 역시나 번다(파업) 때문이라고 한다.
어제 강행군을 한 터라 하루정도 여유를 갖고 이동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졌다.
오전 9시 즈음 온천을 향해 이동했다.
무릎통증을 동반한 근육통이 오전내내 지누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다. 그 덕에 처지기를 계속했다.
도중에 한 민가에서 100% 자연산 히말라야 대마를 사서피는 호주, 미국인 커플들을 만났다.
ABC에서 만났던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여자애 한 명이 영국출신이었는데 대마를 종이에 마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혁주 말로는 영국에서는 대마초 태우며 노는 것이 일반화되어있다고 한다.
쿨레몬을 마시며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온천이 있는 지누로 향했다.
지누의 한 롯지에 짐을 맡겼다.
음료캔 몇 개를 사들고 숲길을 헤치며 걷기를 15분.
드디어 온천에 도착했다.
옷을 벗어제끼고, 머리감고, 샤워를 한 후 탕에 몸을 넣었다.
이미 몇몇 외국인이 수영복차림으로 탕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원한 계곡 옆에 위치한 야외온천에 몸을 담그고 콜라캔을 마셨다.
온 몸의 근육이 풀리며 피로를 씻어냈다.
아~ 좋다.
온천욕을 마치고, 롯지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서 그런지 온 몸이 나른했다.
낮잠 한숨 때리면 딱 좋은 타이밍.
배낭을 챙기고 잠시 의자를 붙이고 누웠다. 깜박 졸았나보다
태훈이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시간이 벌써 오후 3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한 두 코스를 더 가기로 했다.
란드룩에 도착했을 때, 어느 한국인이 옥상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보았다. 워낙에 한국사람을 많이 봐서 그저 또 다른 그룹이 있나 싶었다.
잠시 인사를 나눠보니 우리금융그룹에서 사내 그룹연수로 약 20명이 현지 포터, 가이드, 주방장등을 고용하고 푼힐코스로 트랙킹을 온 것이었다.
타지에서 그것도 산 속에서 만나서인지 우리를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네팔 연수 중 만난 한국사람은 우리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반가웠으리라.
초대를 받아들여 원래 계획을 바꿔 근처 롯지에 숙소를 잡았다.
여행 중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것은 처음이었다.
빈 손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닌지라 산에서 마시려고 가져왔던, 하지만 아직 따지도 않은 네팔현지술 한 병을 선물로 가져갔다.
염소고기 수육, 탕과 함께 식사를 하고, 술자리를 가졌다.
오랜만에 맛보는 소주다.
왠지 회사 회식분위기에 나도모르게 경직됐다.
이런 분위기는 아직도 어색하다.
어쟀든간 오랜만에 한식으로 포식했다. 식대도 장난이 아닌데 경비도 어느정도 세이브했다.
이런 행운이 또 찾아올 줄이야!
잘 먹고 잘 떠들고 잘 놀았다.
태훈이는 한국오면 여자도 소개해주겠다는 소리도 들었다. 혁주는 영국유학생이라는 소리에 관심을 받기도 했다.
오랜만에 들어간 술 때문이었을까?
그 날 밤 나는 밤새 끙끙거리며 침대 속에서 앓아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