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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Nepal 05.10 - 06.08

카트만두 둘러보기 Part 2

Jung 4, 2011

어제 못찾은 세탁물을 찾고, 피시방에 들어가 번지점프 동영상을 모니터에 틀어놓고 아이폰으로 찍었다. 자랑용이다.

10시 쯤 해서 혜영 누나를 네팔짱 등나무 밑에서 만났다. 같이 된장찌게에 아침을 먹고 네팔의 바라나시라 불리우는 빠슈빠티나트로 향했다.

화장터가 있는 곳이다.

커다란 사원은 오직 힌두교 신자만이 출입이 가능하지만 화장터는 별 탈 없이 입장할 수 있다. 입장권만 산다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고 들어가는데 자칭 가이드랍시고 들러붙는다.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데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이 대부분이었다.

유명한 힌두교 신화들은 이미 인도를 여행하면서 책을 통해서 또 단체관광객들과 함께 온 인도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귀동냥하면서 쌓아왔었다.

게다가 네팔 역사와 종교적 특징에 대해서도 책과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본 터이다.

공부가 되어있는 만큼 크게 색다를 것이 있을리 없었다.

이곳 화장터 역시 바라나시처럼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바라나시만큼 사람들이 경계심을 보이거나 사진촬영에 난리를 피지는 않았다.

실례를 무릎쓰고 사진을 찍었다.

 


화장터를 둘러보고 다리를 건너 반대푠으로 건너가서 보니 희안한 광경이 보였다.

한 아줌마가 계단 한 가운데에 있는 구멍에 팔을 깊이 집어넣고는 하얀 물을 퍼내는 것이다.

가이드 말로는 뒤쪽에 위치한 사원의 지하로 사람들이 뿌자로 바치는 우유가 나선형의 터널을 타고 흐르는데 그것이 저리로 나온단다.

성스러운 우유이기 때문에 퍼내는 것 이라는 설명이 뒤이었다.

몇몇 나라를 다녀보면서 하층민들에게 종교는 정말 커다란 삶의 버팀목으로 삶 속에 자리잡고 있어 보인다. 가난한 나라일 수록 그 정도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자신이 아무리 먹을 것이 없어도 사원에 와서 뿌자를 올리는 것을 보면 종교가 이 나라 민중들의 삶 속에 얼마나 커다란 의미인지를 알 수 있다.

 


조금 특이한게 시바를 모셔놓은 작은 탑의 모양을 한 같은 형태의 신전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그 앞을 사두들-힌두교 수행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곤 돈을 받는다.

얼굴에 하얗고 노란 가루들을 바르고, 앙상한 뼈를 드러낸 주황색 하의를 입은 사두들의 모습은 언제봐도 흥미롭다.

그러나 나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뿐.



화장터 뒤쪽 한 건물의 벽을 힌두교 신화로 보이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한 외국인이 그린 것이라고 한다. 수준급의 실력이다.

여행 다니면서 힌두교에 빠져드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사두가 된 사람도 있다.

이 벽화의 주인공도 그 중 한 사람인게 분명하다. 채색이 되지 않은 부분은 조만간 다시 돌아와서 마무리 할 것이라고 한다.

다음에 네팔에 갔을 땐 완성되어 있을까?

 


한바퀴를 돌고 나니 가이드가 역시나 돈을 요구했다. 그것도 말도 안되는 금액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코리언 프라이스라며 15불의 가이드비를 요구했다.

지 맘대로 들러붙어 다닌게 참 많이도 달란다.

다른 때 같으면 한 번 쏴붙이고 떨궈냈겠지만 옆에 누나도 있고해서 그런 돈을 줄 수는 없다고 가이드에게 얘기했다.

좀 쎄게 나가볼까 하는데 누나가 웃는 얼굴로 흥정에 들어갔다.

큰 소리 한 번 안내고 가볍게 끝내버린다.

와....이건 뭐지....

큰 힘 들이지 않고 웃는 얼굴로 가볍게,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흥정을 승리로 이끌었다.

택시 기사와 흥정할 때도 그랬다. 누나는 하루 종일 모든 흥정을 가볍게 웃는 얼굴로 끝맺었다.

고수다.

빠슈빠띠나트에서 보드나트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가이드북에 나온 설명을 보며 찾아 나섰다.

길거리 아이들이 옆에 붙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난리를 피운다.

사진을 찍어주고, 과자를 조금 쥐어줬다.

산골마을이든 도시든 이 나라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다.

어릴 때가 생각나게 만드는 정겨운 풍경이다.


영화관 앞에 입장을 기다리며 나란히 앉아있는 사람들.

이 나라 역시 인도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여서 발리우드 영화가 대부분이다.

예전에 본 어느 기사에서는 네팔의 자국 영화 제작편수가 년간 10편이 안된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는지 포스터를 보니 적어도 인도영화는 아닌듯 했다.

골목에 자리잡은 작은 영화관.

문득 '시네마천국'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마을 극장 영사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토토의 모습이...


보드나트에 도착했다.

거대한 스투파를 중심으로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티벳 난민들이 네팔에 들어온 후 자리잡은 곳으로 티벳불교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커다란 스투파를 비롯해서 주위의 수도원들과, 불교 물품을 만들어내는 공방들..

요즈음은 많이 상업화 되어서 스투파 주변 건물들에 카페나 레스토랑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에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 건가?

골목의 한 가게에 걸려있는 동방신기 티셔츠라니...

두 군데 정도 둘러보면 하루가 다 가겠지 했는데 예상외로 시간이 일렀다.

박따뿌르나 빠탄 중 한 곳은 더 돌아다닐 수 있을 듯 했다.

가이드북과 지도를 보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한 결과, 거리도 얼마되지 않는 빠탄으로 가기로 했다.


여러 힌두 사원들이 자리잡은 광장과 성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규모도 규모지만 정교한 조각들로 장식된 오래된 건물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한쪽 구석에선 환경운동가들이 조그마한 행사도 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 커다란 시장도 자리잡고 있었다.

이 곳은 네와르족이 많기로 유명한 동네다.

발길 닫는데로 좁은 골목길을 뒤지고 다녔다.

좁은 골목길, 곳곳의 사원들...

이 곳 역시 사람들은 사원 안에 들어가 낮잠을 자기도 하고 자판을열고 장사를 하기도 한다.

연애질도 하고 있다.


어느 곳에나 하나쯤은 있는 골든템플이 이 곳에도 있길래 골목길을 누비며 겨우겨우 찾아갔다.

짧은 의식이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재밌었던 것은 동자승이었다.

의식이 끝나자 어디선가 나타나선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하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스님이라기보다 한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예전 길상사에서 봤던 우리나라의 동자승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우리 스님들은 그래도 스님으로서 지켜야하는 어떤 룰에 잡혀있는 느낌이었는데....

아마도 나와 같은 이방인이 아닌 삶과 종교를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저런 것이겠지.


해가지기 시작하자 타멜거리로 돌아왔다.

현지식으로 달밧, 꼬떼이를 먹고 작은별로 가서 퉁바와 새우칩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서점에서 안나푸르나의 사진이 실려있는 2012년도 달력을 하나 사서 누나에게 선물했다.

"그 달력쓰기 전에 한 번 또 봐요"라는 말과 함께...

유쾌한 만남을 그렇게 마무리됐다.

조금은 아쉬운 여운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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