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 2011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오전 7시.
같이 번지를 뛴 것이 인연이 된 종호를 깨우고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래도 리조트라고 부페식 아침식사가 나쁘지 않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느긋하게 해먹에 누워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자신을 래프팅 수석스탭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악수를 하고 경험이 없으니 잘 가르쳐달라고 했다. 대답은 역시 No Problem.
다른 때와 달리 믿음이 갔다. 리조트 자체가 일단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신뢰감가는 인상을 가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배낭에 짐을 챙기고 종호와 함께 집합장소로 나왔다. 종호도 나와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어제 저녁에 옆테이블에서 맥주 마시던 외국애들이 나와있었다. 같이 하나보다.
버스에 짐을 싣고 고무보트를 실었다.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차를 세우고 보트를 내리더니 스탭이 펌프질로 공기를 채우기 시작한다.
경험삼아 나에게도 해보란다. 보기보다 빡세다. 영국에서 왔다는 남자애가 100번도 못하고 바로 손을 놔버리면서 자기 일행에게 넘겨버린다.
근육은 폼으로 달고다니나보다. 그래도 대한민국 육군병장 출신인데 체면은 차려야겠다 싶어 미친듯이 펌프질을 해댔다. 팔이 빠져나가기 일보 직전 옆에 서 있던 영국남자에게 넘겼다. 좋다고 펌프질을 해댄다.
그렇게 준비된 보트가 모두 세 대.
구명조끼와 헬맷을 착용하고 노를 잡고서 보트에 올라탔다.
여자 4명, 남자 2명으로 이루어진 A팀이 내가 속한 조였다.
맨 앞자리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기본적인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스탭은 노를 젖는 법, 위험상황-물에 빠진다던지, 보트가 급류에 들어갈 시 행동요령 등- 에 대처한는 방법을 알려줬다.
보트의 맨 뒤에 앉아 키를 조절하는 스탭의 지시에 따라 상황에 맞게 노를 젖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급속히 급류로 돌입하는 보트 속에서 맨 뒤에서 들려오는 스태프의 리딩이 잘 들리지 않았다. 앞에서 곧바로 들이닥치는 물살에 대비하기에 바빴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아니면 사전에 화장실을 못 간 탓인지 계속해서 실수를 반복했다.
상황에 따른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노를 순방향으로 젖기도, 반대방향으로 젖기도 해야하는데 계속해서 실수를 반복했다.
스태프가 나에게 묻는다.
"Can you speak English?"
아...굴욕이다....레프트, 라이트가 뭔지 패들, 백 패들이 뭔지 나도 안다!
귀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던 중 보트가 급류에 휩쓸리면서 내 뒤에 앉아있던 영국 여자애가 물에 빠졌다. 다행히 뒤에서 따라오던 카약이 여자애를 구했다.
스태프가 잠시 보트를 물가에 세우더니 다른 보트에 앉아있던 수석스태프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나에게 말했다.
저쪽 보트로 가는게 좋겠다고.
결국 다른 보트의 중간 자리로 바꿔타야했다.
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선발등판 한 투수가 컨디션 난조로 3회도 채 되기 전에 홈런 맞고 강판당한 느낌이 이런걸까?
하지만 새로 갈아탄 보트는 꽤나 분위기가 좋았다. 급류를 통과할 때마다 노를 위로 올려 파이팅을 하기도 했고, 물에 빠지면 서로 보트로 올려주었다.
상황에 대한 대응이 굉장히 빠르고 유연했다.
다행히 그들과 함께 남은 래프팅 동안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생애 첫번째 래프팅은 그렇게 끝났다. 굴욕적인 트레이드의 기억과 함께...
강가에 세워져 있는 작은 막사에 마련되어있는 샤워장에서 간단한 샤워를 하고 리조트에서 준비한 마지막 식사를 한 후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네팔짱 도미토리에 숙소를 잡았다.
왠일로 도미토리에 사람이 있었다. 역시나 한국사람들이다. 역시 네팔짱.
포카라로 트래킹 가려는 사람도 있고, 인도로 향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네팔짱은 무선인터넷이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다. 해가 지면 사람들이 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모기와 싸워가며 스마트폰,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도미토리에 사람이 세 명이나 있다보니 멀티탭이 있어야겠다 싶어서 식당으로 들어가서 직원에게 요구하려는데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여자분이 눈에 띄였다.
먼저 인사를 건네온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내일 일정을 얘기하다 내일부터 시작할 카트만두 시티투어에 함께 하기로 했다.
미소, 목소리톤으로 보아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듯 보였다. 승무원이나 그 비슷한 직업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동행이다.
일행이 끊이질 않는다. 또 다른 새로운 인연이다.
내일은 또 어떨까?
그러던 중 새로운 일행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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