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 1, 2011
새벽 4시.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으면 좋았겠지만 잠이 든 순간부터 적어도 4번은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11시 반, 2시,2시 반, 4시....침대속에서 밍기적 거리다 겨우 몸을 일으켜 얼굴에 물을 축셔줬다.
짐을 챙기니 정확히 5시 25분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라스트리조트지점으로 가면 딱 맞는 타이밍이다.
슬렁슬렁 걸어가며 아침을 먹었다. 오늘도 역시나 빵이다.
너무 일찍이라서 그런지 빵이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여느때의 긴장감과는 다르다. 뭔가가....약간의 흥분됨이랄까?
지점에 도착해서 담당자에게서 명단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컬투쇼를 듣고 있는데 동양인 하나가 다가오더니 인사를 건넨다. 게다가 한국사람이다. 동양인이라곤 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또 동행이 생겼다.
네팔에 온 이후로는 동행이 끊이지 않는다. 집 밖을 나오니 인복이 봇물터졌나보다.
버스를 타고 약 3시간을 달려 라스트리조트에 도착했다. 점프 뛸 다리를 건너 리조트에 입성했다.
번지담당 치프스탭의 설명을 듣고 체중을 쟀다.
손등위에 몸무게와 알파벳 B를 적어준다.
체중이 무거운 순서대로 점프를 뛰는데 이는 체중에 따라 쓰이는 로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알파벳은 그룹을 뜻한다. 한 번에 모든 인원이 다리에 올라가면 통제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안전 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나와 함께 뛰는 B그룹은 대부분이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특히 영국출신들이 많았다. 한 흑인친구는 스트랩으로 카메라를 자기 손에 고정시키고 뛰어내렸다.
나도 아이폰 스트랩이 망가지지만 않았으면 할 수 있었을텐데...아쉬운 대목이다.
어느덧 내 차례가 됐다.
스탭이 발목에 로프를 고정시켰다. 이제 진짜 뛰는구나.
빨리 뛰고 싶어 미쳐버릴 지경이다.
길상사에서 자봉할 때 배웠던 수인을 맺으며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고 점프대에 올랐다.
치프스탭의 지시대로 자리를 잡았다.
치프가 묻는다.
"Are you ready?"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Yes."
5,4,3,2,1 Jump!
치프 스탭의 카운트가 끝나는 순간 날아올랐다.
미칠듯한 고공낙하!
온 몸의 감각이 흘러가는 계곡으로 곤두박질치는 순간순간을 느끼고 있었다.
두 눈으로 흐르는 계곡을 응시했다.
흘러가는 물줄기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계곡을 향해 끝없이 낙하하는 나 자신을 느끼는 순간, 로프는 그 길이는 다하고 반동으로 튕겨버렸다.
두 팔을 벌려 계곡의 바람을 느끼며 반동이 멈출 때까지 매달려 있었다.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탭이 대나무를 내 쪽으로 내밀어준다.
대나무를 잡고 그들의 인도를 받아 자리를 잡으니 발목의 로프를 풀어준다.
끝없이 웃음이 나온다. 짜릿함 그 자체다. 통쾌하기까지 하다!
역시 번지는 나를 실망시키지않았다.
이로써 나에겐 '160m 번지점프를 뛴 남자'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어버렸다.
점프가 끝나고 그룹 멤버들과 리조트에서 제공되는 점심을 먹으며 서로의 점프장면을 촬영한 비디오를 낄낄대면서 봤다.
점프장면을 촬영한 DVD와 사진을 2000Rs에 구입했다. - 촬영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않아도 된다. -
점프 마일리지 카드와 티셔츠를 받아서 챙겼다. - 점프를 뛰면 티셔츠는 무료로 제공이 된다. -
다시금 다리 위에 올라가봤다.
또 뛰어내리고 싶어진다.
이 충동을 어이할꼬~
동네 애들이 학교끝나고 집에 가는 중이다. 전혀 거리낌없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익숙한 생활일 뿐인거다.
번지점프 하나 뿐인 오늘 일정이 모두 끝나 버렸다. 시간 죽이기가 그래서 리조트 뒤쪽 산촌마을을 질러 능선위로 올랐다.
이제 이런 산촌 전경도 익숙하다.
리조트까지 한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왔다.
낮잠을 한 숨 자고 할 일 없이 음악을 들었다.
이렇게 하루가 끝나나 싶은 찰나, 한 외국인이 텐트로 들어왔다. - 리조트의 모든 숙소는 텐트로 되어 있는데 이게 또 하나의 매력이다. 진짜 캠핑하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
조나핀이라는 조금은 특이한 이름의 이 대머리 남자는 사진기자이면서 저널리스트로 현재 중동에 살고 있다고 한다.
저녁을 함께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저널리스트라서 그런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생각을 나에게 물어봤다.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생각과 북한 체제에 대한 생각 게다가 전쟁 발발 시 어떻게 할 거냐는 등의 꽤나 정치적이고 국제적인 문제들.
되도 않는 영어로 어찌어찌 설명을 최대한 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이해는 했는지 모르겠다.
아직 내 영어실력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닌건가...
역시나 갈 길이 멀다.
내일은 래프팅이 기다리고 있다.
보람찬 나날들이 다시 시작된듯하다.
좋구나~
'2011 Nepal 05.10 - 06.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홈런맞은 투수처럼 강판당하다. (2) | 2011.12.26 |
---|---|
Evidence of Bungy Jump (0) | 2011.12.26 |
돌이킬 수 없는... (0) | 2011.12.22 |
혼자놀기 (4) | 2011.12.22 |
홀로남기 (1) | 2011.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