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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Nepal 05.10 - 06.08

홀로남기

May 29, 2011

다시 혼자다.

아침 일찍 혁주와 태훈이는 인도로 돌아가기 위해 카트만두로 떠났다.

태훈이는 인도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혁주는 델리에 있는 짐을 정리해서 싱가폴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

짧은 포옹을 마지막으로 녀석들을 떠나 보냈다.

넓은 방에 홀로 누워 2시간 정도를 보냈다.

허전하다.

군대 전역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9일 간 산에서 함께 지내면서 서로 많은 것들을 나누었던 녀석들이다.

이제 다 같이 모이는 건 언제나 될까?

기분이 멜랑꼴리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쓸만한 것들을 모두 챙겼다. 그리고 숙소를 옮겼다.

이틀 전 우연히 인도에서 만났던 수진이가 있는 곳으로 옮겼다.

쓸만한 방이다.

좁은 창으로 머리만 삐죽 내민 설산도 보인다. 나쁘지 않다.

포카라에서만 4번째 숙소다. 이렇게 장기체류하기는 처음이다.

 

어디를 갈까 하다 페와 호수 건너편에 있는 세계평화의 탑을 향하기로 했다.

론리플래닛을 보니 보트를 타지 않고 우회해서 산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루트가 나와 있었다.

산을 내려온 후 산을 타고 싶은 갈증이 있었는데 딱 맞는 코스라 생각됐다.

댐사이드를 돌아서 가는 길목에 있는 한 내천에는 아낙들이 빨래에 여념이 없었고, 아이들은 옆에서 물놀이를 하느라 온 정신이 팔려있었다.

우리나라 60, 70년대 빨래터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쪽 루트로 산을 오르는 외국인은 별로 없어서인지 아이들이 가이드랍시고 길안내를 해준다.

커서 가이드가 되는게 꿈이란다. 덕분에 산행 초입까지 오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얼추 혼자 찾아갈 수 있겠다 싶어서 그만 돌아가라 했는데도 아이들이 연신 따라오라고 난리다.

계속 돌아가라고 하니 제일 큰 녀석이 나에게 당연하다는 듯 돈을 요구한다.

여기까지 나를 안내해줬으니 돈을 지불하라는거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다.

돈을 당연스럽게 요구하는게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빈곤에 얼마나 찌들었기에 애들까지 이럴까 싶다.

그렇다고 돈을 쥐어주는 건 좀 아니다 싶어 가방에서 과자를 한 봉지 꺼내 손에 쥐어주었다.

나중에 가이드하고싶으면 영어 잘 배워놓으라는 한 마디와 함께...

산행은 작은 힌두템플의 뒷길로부터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도끼질, 톱질 소리만 아니면 가끔 가는 호암산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 네팔에는 여전히 나무를 해서 뗄감으로 쓰는 곳이 많다. 국가적인 문제로도 인식이 되고 있고 여러 환경단체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오르는 중 저쪽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또 비가 오는건가...


산에서 비를 만나는건 피하고 싶어 걸음을 서둘렀다.


한 시간만에 세계평화의 탑에 도착했다. 일본에서 만든 스투파다.

커다란 호수와 호수 주변부터 자리잡은 마을, 호수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

한 쪽에만 먹구름이 머물고 있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최첨단 3D 일기예보도 보여주지 못하는 그림이다.

묘하다.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것은 그 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커다란 그림을 보고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길잡이가 되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순간 누군가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쓴 웃음이 지어졌다.

괜한 생각이다.

 

 


스투파 뒷쪽의 산촌마을을 질러 내려가서 차도를 따라 데비스 폭포로 이동했다.

코스도 쉽고 거리도 짧으니 포카라에서 즐길 수 있는 트래킹코스로 개발해보면 어떨까 싶다.

입장료 20Rs를 내고 데비스 폭포에 들어갔다.

폭포라는데 물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리 우기로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았다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었다.


데비스 폭포를 나와 차도를 따라 포카라 시내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약 4시간 동안 10키로는 걷지 않았나하고 조심스럽게 추정을 해본다.

이미 점심 때가 지난지 한참이라 허기가 졌다. 서울뚝배기가 보이길래 바로 들어갔다. 

뭔가 좀 별미가 먹고 싶기도 해서 콩국수를 시켰다.

헉!!! 이럴수가!

네팔에서 이런 맛이!!!!

한국에서, 집에서 맛보던 바로 그 맛을 여기서 만나다니..!!!

지금까지 가 본 한국음식점 중 최고였다.

정말 맛있게 시원한 콩국수를 맛보고 기분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잠시 쉬면서 앞으로의 일정을 짰다.

포카라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서일까? 왠지 멈춰있는 듯한 느낌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뭔가가 필요하다.

 


수진이와 소비따네에서 닭도리탕을 저녁으로 나눠먹었다.

소화도 시키고 싸고 괜찮은 음식점도 알려줄겸 전에 갔던 피자집으로 향했다.

 빵을 몇개 사고 나오는데 아뿔사! 그 새를 못참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챙겨 간 우의를 둘이서 우산삼아 머리를 뒤집에 쓰고숙소로 돌아왔다.

헌데 이게 왠일...밤참으로 사온 빵이 어디로 갔는지 없다.

왜 그 피자집만 가면 하나씩 없어지는건지 모르겠다.

산에서 내려온 이후 나사 하나 빠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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