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 Part 2
May 15, 2011
오전부터 부산을 떨었다.
어김없이 빵과 음료수로 아침을 먹었다.
태훈이와 혁주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가이드 텐지씨와 만나 네팔 이민국으로 향했다.
네팔은 잘 알려져있듯 입국시 비자신청서와 비자비만 내면 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보통 15일, 30일 짜리를 많이 받는데 3,4일 정도의 짧은 트래킹만을 위한 여행이라면 15일 짜리로 충분하겠지만 일주일이 넘어가는 중장기 트래킹이나 관광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30일 짜리 비자를 받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번다(파업)로 인한 변수가 크기 때문이다.
이민국까지는 택시로 이동했다. 택시는 네팔에서 어디서든 가장 쉽게 잡을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이니셜D의 주인공 타쿠미가 모는 86과 비슷한 모양새의 작은 소형차인데 미터기를 이용하기도 하고, 흥정으로 택시비를 낼 수도 있다. 아마 여행중 미터기로 택시비를 내본건 이 때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참고로 카트만두의 교통은 굉장히 혼잡하니 시간대에 따라서 흥정을 하는 것이 유리한지, 미터기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지 따져보고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태훈, 혁주, 이슬이 셋을 이민국에 내려주고 나는 텐지씨와 함께 TIMS 카드를 받기위해 여행 서비스센터로 이동했다. 도보로 이동하는 동안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었다. 텐지씨의 걸음을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지에서 이 정도면 산에서는 어느 정도의 속도를 보여줄까?
TIMS카드와 안나푸르나 입장을 위한 수수료를 내고 손에 넣었다. 이제 서류상 모든 준비는 끝난 셈이다.
다시 택시를 타고 포카라까지 이동할 심야버스티켓을 사기위해 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일단 차량 상태는 인도에서 탔던 로컬버스보다는 좋아보였다. 저녁 6시45분 버스티켓을 사서 수첩에 잘 챙겨넣었다.
버스티켓은 한 장 한 장 따로 나오지 않고, 한 장의 차표에 좌석번호가 모두 쓰여지는데 얼핏보면 우리네 전당포 전표와 비스무리하다
오후 5시 반에 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하고 텐지씨는 집으로, 난 애들을 만나러 다시 에이전시로 향했다.
미터기로 올라가는 택시요금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네팔이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해봤다.
스리랑카와 인도에서 릭샤왈라들에게 시달린 전력이 있기 때문이겠지.
에이전시에서 짜이 한 잔 마시며 애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중간에 온 전화로 보아 비자연장이 놀록치 않은듯했다. 한참 지나니 녀석들이 돌아왔다.
역시나 비자받는데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단다.
트래킹에 동참하지 않는 이슬이를 제외하고 태훈이와 혁주가 신청서를 작성해서 비자비와 함께 담당직원에게 제출한 후, 이런저런 회의 끝에 비자연장을 철회하기 위해서 다시 제출한 서류와 돈을 돌려달라고 했단다. 이민국 직원은 이미 서류가 자기 윗선으로 넘어갔다는 말로 응수했는데 그 윗선이라는게 점점 올라갔단다.
혁주가 대표해서 계속 서류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니 담당직원이 잠시 기다리라고 해놓고 높은 사람 방안에 들어갔다 왔단다. 연장된 비자 도장이 찍혀있는 여권과 함께.
네팔에서 비자 연장시 원칙대로라면 오전에 접수, 오후3시 경에 발급이 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비자가 급한 경우라면 이민국에가서 독촉을 하면 그 자리에서 연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해프닝이었지만 녀석들처럼 서류와 돈 돌려달라고 해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타멜거리의 한 햄버거집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PC방을 들렸다가 이슬이와 혁주는 노래를 부르던 마사지를 받으러, 나와 태훈이는 트래킹용품을 구입하러 이동했다.
타멜거리는 물론 그 옆에 위치한 시장 골목골목을 다 뒤지고 다니고 산 것이라고는 등산용 장갑 하나.
다른 장비, 용품은 포카라에 도착해서 렌트하기로 했다. 가격만을 보자면 살 수도 있겠지만 내구성은 물론 앞으로의 활용성, 즉 이걸 사서 한국가서도 입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해결해줄 수 있을만한 물건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쏘다니다가 첫날 홀로 먹었던 골목길 모모집으로 태훈이를 데리고 갔다.
무서운 속도로 모모를 만드는 아저씨를 구경삼으며 한 접시를 뚝딱 해치웠다.
어느 덧 시간은 텐지씨와의 약속시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네팔짱을 나와 에이전시로 이동했다.
버스터미널로 이동할 택시를 기다리는 중, 이슬이가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다.
"오빠 가이드북 없어졌어요.어떻게해~~~ 나 그거 없으면 어떻게 다녀요...나 몰라..."
아마도 PC방에 놓고온 듯 했다. 하지만 이미 택시는 와있었고, PC방을 다녀올 시간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이슬이는 터미널로 가는 내내 울상에 저기압이었다.
까칠한 그대 이름은 양이슬.
아~ 그대의 알흠다운 그 한마디...
아직도 내 가슴 속에 남아있구려.
다행히 터미널에 무사히 도착해서 텐지씨와 함께 차에 올랐다. 짐이 있는 경우 차 지붕위로 올리고, 천막으로 덮는 것이 보통이나, 이미 천막을 덮여져 있었다. 다행히 버스 뒤쪽에 트렁크가 있어 배낭을 싣고 갈 수 있었다.
버스는 역시나 인도에서 탔던 로컬버스보다는 좋아보였다. 좌석 간 거리도 참을만해보였다. 중간 통로에 판자를 올려서 사람들이 앉았어도 인도에서처럼 숨쉴 틈도 없이 붙어서 가지 않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판자를 모두 치우더니 사람들이 가지고 온 짐들을 자리에 깔고는 그위로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름 쾌적했다. 적어도 서로 땀내 풍기며 갈 일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네팔은 산간지역이 대부분인 나라다. 구불구불 산을 따라 만들어진 왕복2차선 도로가 계속되는 것이다. 멀미가 심한 사람은 꼭 멀미약을 먹어주는 것이 좋다.
대략 8시가 되어 버스가 출발했다.
카트만두 시외버스터미널
버스 안 - 계속 올라타는 사람들
가이드북을 잃어버린 슬픔을 셀카놀이로 승화시키고 있는 이슬이
포카라로 이동 중
출발 후, 자다깨기를 반복하는데 태훈이가 차가 좀 이상하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자연스럽게 휴게소로 보이는 작은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타이어를 갈기 시작했다. 흔한 일인지, 누구하나 놀라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보니 가게 옆에 차량 수리에 쓰일 듯이 보이는 공구, 타이어 땜빵에 쓰이는 듯한 물품들이 보이는게 얼마나 흔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차에서 내려 가게 뒷 쪽으로 가니 높은 산줄기와 자갈밭을 끼고 흘러가는 강줄기가 참으로 멋있었다. 지대가 높아져서 인지 공기도 더 맑아진 느낌이다.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고, 찍는다고 찍을 수도 없었다. 가지고 있는 카메라는 아이폰 하나 뿐이었다. 무엇보다 낮에 이동했으면 정말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갈 수 있었을 것을 놓쳤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휴게소 앞에서 타이어 교체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타이어 교체 중 1
타이어 교체 중 2
다행히 그 후로는 또 다시 버스는 고장 났고 그 덕에 휴게소에서 한 참을 보냈다. 초코파이 한 상자를 나눠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이슬이는 셀카놀이에 지쳤는지 불편한 자리에서 몸을 뒤척이는 것이 도착 때까지 어떻게든 자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온 몸으로 표현하는 듯 했다.
이렇게 불편한 길인 줄 알았다면 돈을 조금 더 써서 투어리스트 버스를 탈 것을...아침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트래킹을 시작하는 일정이라니....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강행군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한계에 도전하는 것은 왠지모를 쾌감을 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