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SNS 중독

Rusty80 2011. 9. 15. 22:38

작년 이맘 때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폰4가 한국에 발매되었다. 해외로 나가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훗날 여행을 가거나, 현지에서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구매를 했었다.

이후 스리랑카에서 6개월 간 생활하면서 저렴한 요금으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였고 -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스리랑카의 이동통신망은 잘 되어있는 편이고, 가격 또한 저렴하다. - 그 덕에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인도여행 중에도 유용했다. 네팔에서 인도에서 넘어올 일행들을 기다리면서 카카오톡을 통해 현지 상황과, 행동 지침(?) 등을 일러줄 수도 있었다.

또한 여행 중 만났던 사람들과 서로 정보공유를 하거나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었기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 않나 싶을 정도다.

아이폰이 왜 여행 필수품 목록에 들어가는지 제대로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좀 달랐다. 

귀국 후 기존에 쓰던 미니홈피, 네이트온은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이 전보다 강세를 띄고 있었고, 카카오톡, 마이피플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매신저들이 내 세상을 외치고 있었다.

SNS가 일상생활 자체를 휘감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 또한 어느 순간엔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다.

중독. 다른 말로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별 생각없이 재미로 올리는 사진, 멘션, 블로그의 글들은 비공개로 해 놓아도 검색의 대상이 되고 있었고, 때때로 울려대는 스마트폰 메시지 알림음은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언제올지도 모르는 메시지 알림음을 기다리는 꼴이라니...

얼마 전 기사를 보니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외국의 유저들이 SNS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싶었다.

일단 블로그가 문제였다. 그저 일상의 느낌을 적어놓은 비공개 글들이 검색에 의해 버젓이 인터넷창에 뜨는 것이었다.

게시판의 몇몇 글들을 백업하고 비공개 글들을 모두 삭제했다. 

SNS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는 행위는 지금 시대에 어찌보면 필요악이다.

서로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공감을 얻고, 축하를 받거나. 위로를 받을 수도 있으며,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일촌이라고해서. 페이스북에 등록 된 친구라고해서 또는 아는 사이라고 해도 지키고 싶은 사생활이 있는 것일텐데 과연 어느 선까지 내 생활을 공개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공개설정의 변화 만으로 관리가 가능할까?

몇 일을 고민했으나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아 스마트폰에 있는 SNS 어플은 티스토리, 트위터, 싸이월드를 제외하고 모두 지웠다.

현재 10일의 시간이 지났다.

이후 스마트폰을 만지는 시간은 절반 이하루 뚝 떨어졌으며, 메세지 알림음에 대한 불안감도 많이 없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

현재, 적어도 오지도 않는 메세지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 SNS가 손에 익어버린 상황에서 안 쓰기도 애매모호하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도 특정 어플을 사용하는 것이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천 몇 백만명이 이용하는 어플 어쩌고 하는 문구를 볼 때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SNS 때문에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아보니 우리가 아무런 비판없이 SNS를 쓰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2G폰을 사용할 때를 생각해보면 그 때가 지금보다 정신적으로 덜 피곤하지 않았나 싶다.

문자, 전화 만으로도 충분히 연락할 거 다 연락하고, 만날 사람 다 만나고 다녔다.

얼마 전 김제동이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마이크는 그저 도구일 뿐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SNS에 대한 접근성이 커지면서 유용한 부분은 분명 있다.

그러나 거기에 너무 중독되지는 않았는지....필자처럼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지는 말았으면 한다.

메신저를 쓰는 것도 당신의 선택이고,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도 당신의 선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