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India 04.04 - 05.10

20110419 아으~ 간지러.. 병원가자~

Rusty80 2011. 12. 26. 06:14

APL 19, 2011



12시간 만에 아우랑 가바드 도착했다.

새로운 도시에 오면 아직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좀 막막해온다.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히 유스호스텔 도미토리에 자리가 있었다.

비수기는 비수기 인가보다.

성수기에는 자리가 없다던데...

카운터에 짐을 맡기고 병원을 가기로 했다.

몇 일 전부터 발목에 난 두드러기를 더 이상 가만히 둘 수가 없다. 

간지러움이 도를 넘고 있다.

릭샤를 타고 가이드북에 나온 국립(시립?-추후 보충 예정-)병원을 갔다.

사람 참 많다. 무진장 많다. 진짜 많다.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건데...경황이 없었던 듯.)

돗대기 시장이 따로 없어 보였다.

절차를 하나도 몰라 이 사람에게 물어보고, 저 사람에게 물어봤다.

5년 전 기억을 살려보면, 종이에 이름과 증상을 기재하고 약간의 진료등록비를 낸 것 같다.

2층인가 3층의 해당 진료실 앞에 가니, 사람들이 기다란 의자에 빼곡히 앉아 있었다.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인데 사람들이 조금의 틈도 없이 서로서로 딱 붙어 앉아있었다.

질서있게 순서대로...무릎까지 모으고 앉아 있었다.

내 앞에 있는 모든 환자들은 여성이었다. 할머니에 아주머니, 젋은 아가씨까지....신기한게 아이들은 안보였다.

'설마 날 부인과로 잘못 보낸 건 아니겠지?'

어느새 의자 한 가운데 함께 앉아있게 됐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런 나를 보곤 몇몇이 킥킥대는 듯 했다.

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무슨 코미디 영화 한 장면 같다.

안에서 간호사가 한 명 씩 이름을 부르면 사람들이 차례대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

어느새 내 차례다.

젊은 여의사가 나에게 물었다.

'뭘 도와줄까?'

'발목에 두드러기가 나는데 약을 발라도보고, 항생제도 먹어봤는데 효과가 없어.'

환부를 보여줬다.

그동안 발랐던 연고와 약을 보여줬다.

약을 보더니 의사는 나에게 이런 절런 말을 해왔다.

뭔가 묻는듯 한데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 병원서 쓸 수 있는 단어나 문장, 이런 상황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잘 못알아듣는듯 하자 여의사가 물었다.

"Can you speak English?"

움찔...

가방에서 전자사전을 꺼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 얘기한 후 전자사전에 단어를 쳐가면서 의사소통을 했다.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란다.

증상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 것 같은데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에 처방전을 줄테니 약을 타가라고 한 것은 분명했다.

진료는 10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약을 타고 진료비를 계산했다.

국립이라 그런가...싸다.


아우랑가바드는 근처의 유적지도 유명하지만 특히 한국사람들에게는 장미식당이 유명하다.

한국음식을 해주기 때문이다.

'2주 만에 한국음식 하나 먹어보는구나.'

하지만 동네를 다 헤집고 다녀봐도.. 유스호스텔 담당자에게 물어봐도...

근처 식당에서 물어봐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되려 나에게 그런 식당이 있냐고 물어왔다.

그렇게 헤매고 다니다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 식당의 위치가 자세히 나와 있는 것을 찾았다.

블로그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숙소에서 그리 멀지않은 한 호텔식당 이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고?

들어가보니 실제로 메뉴에 수제비도 있고, 김치찌개도 있었다.

제대로 온건가...?

자리에 앉아서 이리저리 훑어보는데 어디에도 한국사람은 안 보였다.

주문한 김치찌게가 나왔다.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얼추 흉내낸 맛이 못참을 정도는 아니다.

쌀밥에 김치찌게....

이런 상차림 비쥬얼도 참 오랜만이다.

위안삼으며 한그릇을 뚝딱 비웠다.

약을 먹었는데 벌써부터 가려움이 잦아드는게 느껴진다.

두드러기도 조금은 들어간 느낌이다.

이렇게 금방 효과가 오다니!

대체 얼마나 쏀 약을 지어준거야?!

ㄷㄷㄷㄷ


숙소로 돌아와 대부분의 시간을 낮잠으로 보냈다.

꿈도 꾸면서....(라고 당시 일기에 쓰여있다.)


잠시 바깥으로 산책을 나갔다.

밤거리는 너무나 휑했다.

꼭 시골동네 저녁풍경 같았다.

모두가 집으로, 건물로 들어간 휑한 거리들.

간혹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와 몇몇 간판들만이 이 곳이 사람사는 동네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바람도 왠지 더 차갑게 느껴졌다.


숙소에 들어오니 로비에서 경비 아저씨가 tv를 보고 있었다.

인도 tv 역사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tv 는 거의 볼 일이 없는데 잘됐다 싶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생각보다 재밌네.

사극인데 힌두교 색체가 강해보였다.

스토리도 화면을 보면서 대충 이해가 갔다.

시기받는 왕자와 계급은 낮지만 그와 우정을 쌓아가는 또래 아이,

왠지 왕자를 강하게 키워야한다며 고의적으로 거리를 두는 듯한 왕.

좀 전형적인듯 하지만..그래도 이국적인 맛이 있다.

왕자가 시바신과 꼭 닮은 것도 인상적이다.

파란색으로 화장하면 정말 똑같을텐데....

왕자가 아니라 시바신에 대한 얘기인가?

알아들을 길이 없으니....

그래도 나름 CG도 들어가 있는 것이 재밌다.


인도와서 처음으로 병원도 가고,

한국음식?도 오랜만에 먹어보고...

잠도 실컷 잔 것 같고..

나쁘지 않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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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호스텔 숙박비 (2박) - Rs 300

릭샤(병원왕복) - Rs 60

병원 등록비 - Rs 10

약갑 - Rs 84

물, 쥬스 - Rs 27

점심(김치찌게) - Rw 140

과자 - Rs 20

저녁(수제비) - Rs 120

물 - Rs 15


Total : Rs 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