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일주일
June 9, 2011
어제 새벽 늦게까지 선생님께서 지난 꽃축제 사진을 보여주셨다. 다행히 성황리에 잘 끝났나보다. 만약 네팔에서 일정을 바꾸지 않았다면 나도 축제에 참석했을 텐데.. 좀 아쉽지만 또 기회가 있겠지...
늦게 잠들었지만 6시가 되자마자 눈이 떠졌다. 언제나처럼 선생님과 아침산책을 다녀왔다. 아침공기의 상쾌함이 좋다.
점심으로는 떡볶이를 해먹었다. 끝내준다. 바닥을 긁었다.
내조의 여왕 DVD를 함께 보다가 선생님께서 콜롬보에 약속이 있으시다며 나가셨다.
홀로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내조의 여왕을 홀로 보면서...
집에만 있기 무료해서 자전거를 가지고 나갔다. 고작 두 달 만인데 새로운 슈퍼마켓도 생겼다. 주점부리를 사러 들어갔다. 밤이되면 허기질 것이 분명하다. 콜라도 빠질 수 없다.외국인은 잘 볼 수 없는 동네여서인지 직원들이 나를 힐끔거린다.
노을지는 게 예뻐서 사진을 몇 컷 찍고 돌아왔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항공권 예매를 하려는데 싱가폴항공 콜롬보 공항지점도 전화가 안된다. 그냥 내일 한국으로 전화해서 예약해야겠다.
어딘가로 또 가고 싶다. 그나저나 싱가폴 스톱오버를 할까? 말까?
혁주놈은 메일을 받았나 모르겠다.
June 10, 2011
어김없이 6시에 눈을 떴다. 한국의 싱가폴항공 예약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일정, 신원확인 다 했는데 E-Ticket 번호가 없단다. 모냐....내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사이에 전화가 끊겨버렸다. 남아있던 200Rs를 다 쓴건가...가게에 가서 금액충전을 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무정한 ARS만 귀를 울릴 뿐이다. 시간과 돈만 빠져나가고 있다.
결국 차선책으로 김여사에게 부탁을 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 뭔가 좀 괜찮은 선물을 해야할 듯 한데 마땅한게 없다. 비행기 예약은 김여사덕에 계획대로 잘 해결이 됐다. 카톡이 또 한 번 힘을 발휘했다. 오전시간이 다 흘러갔다.
예상외로 이남열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점심 때 지나서 슬슬 캔디로 출발하려했는데 퇴근 중이라시면서 후딱 넘어오라신다. 부랴부랴 집정리를 하고, 캔디로 넘어갔다. 정겨운 스리랑카 버스 안... 익숙한 곳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정겹다. 불편하고 좁은 버스의 창가로 보이는 저 논밭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일 줄이야...같은 풍경이 여행 속에서인지 아니면 생활 속에서 바라보는 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게 좀 재밌게 느껴졌다. 마음의 여유란 인간의 시각을 결정하는 것인가...
오랜만에 뵈었지만 여전히 나를 반겨주신다. 약 두 달 간의 인도, 네팔 여행 얘기를 해드렸다. 네팔에 특히 관심을 보이시는게 예전에 못 가셨던 아쉬움이 크신듯하다. 2012년에 선생님과 함께 산을 타는 상상을 생각을 해본다.
June 11, 2011
선생님들 댁에 머물게되면 가장 좋은 점은 아침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거다. 캔디 뒷길을 산책했다. 작은 동산에 올라서니 아침공기가 더 없이 좋다. 토스트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선생님의 보고서 작성을 도와드렸다. 간만의 워드작업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아직 실력이 죽지 않았다. 훗~
문장수정도 좀 해드렸는데 마음에 드신 듯 했다. 다행이다. 와따가마 근처이 트래킹을 갈까 하다가 시간상 무리가 있어 다른 곳에 가기로 했다. 캔디 한 가운데 위치한 숨어있는 공원을 얼마전에 발견하셨다고 하셨다. 커다란 상점가를 헤치며 한참을 걸었다.
도시 한 가운데에 이런 숲이 있다니!! 정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슬슬 한 바퀴 둘러보다 벤치에 앉아 가져온 맥주로 갈증을 달랬다. 도심 한 가운데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사람도 거의 없는 것이 연인들은 와서 돗자리만 깔면 바로 게임 끝날 곳이다.
저녁 후 맥주를 마셨다. 귀국한 후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한 많은 조언을 들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답은 나와 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June 12, 2011
캔디에 온 김에 박용석 선생님을 찾아뵀다. 100% 자연산 죽순을 넣은 제육복음으로 아침을 또 먹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정말 요리 솜씨는 끝내주신다.
어르신들과 있으면 참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들이 참 많다. 스리랑카에 와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러 어르신들과의 인연이라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June 13, 2011
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밤.
다시 빙기리아로 돌아왔다.
전에는 이 나라가 그렇게 싫었는데...매일 김사장에게 전화해서 불평하기 일수였던 이 곳이 아쉽게 느껴진다.
선생님과 함께 산책을 하고, 집 앞에 의자를 꺼내앉아 밝은 달을 보며 맥주캔을 기울였다.
시원한 바람, 기분좋은 대화...그렇게 마지막 밤이 흘러갔다.
June 14, 2011
오전내내 책을보며 시간을 보냈다. 세탁기가 말썽이 나서 빨래를 반자동으로(물을 따로 부어주며 빨래를 했다.) 한 것을 제외하면 다를 것 없는 아침이다.
간혹 비가 내려서 오후에 공항 가는 길이 좀 걱정이긴 하지만 모...별 수 있나..비가 오면 오는데로 가야지...
점심으로 와사비가 듬뿍 들어간 장국의 메밀국수를 먹었다. 와사비가 코를 찌른다.
버스타고 공항까지 어찌가나 했는데 선생님께서 배려해주셔서 기관차를 얻어탈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이 보답을 어찌할지 모르겠다. 네곰보까지 가는 길에 비가 미친듯이 내렸다. 이런 날씨에 버스를 탔으면 으~ 생각도 하기 싫다.
킹코코넛에서 선생님과 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이제 정말 여길 뜨는건가...? 네곰보 버스터미널에서 선생님과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이제 정말 가야할 시간이다.